트럼프 '中배후설' 의심에도…김정은, 동네 마실가듯 방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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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폼페이오 방북과 매번 겹치는 김정은 방중…시진핑 북·미 협상 고비때마다 '훈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3차 방중에 나섰다. 3월 하순의 첫 방중 이후 90여일만에 3차례 중국을 찾았다. 북ㆍ중관계가 ‘혈맹’으로 불릴만큼 돈독했던 김일성 시대나 집권기간 모두 9차례 방중했던 김정일 시대에도 없었던 일이다.

6ㆍ12 북ㆍ미 정상회담이 열린 싱가포르에 가기 위해 중국에서 마련해준 전용기에 오르는 김정은의 모습. [연합뉴스]

6ㆍ12 북ㆍ미 정상회담이 열린 싱가포르에 가기 위해 중국에서 마련해준 전용기에 오르는 김정은의 모습. [연합뉴스]

 세 차례에 걸친 김정은의 방중 타이밍엔 단순한 우연으로는 보기 힘든 공통점이 있다. 전격적인 첫 방중은 3월25∼28일이었다. 그로부터 사흘 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극비리에 평양을 첫 방문했다. 지난달에는 김 위원장이 다롄(大連)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1박2일을 함께 보내고 평양으로 돌아간 이튿날 폼페이오 장관이 2차 방북을 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싱가포르 합의는 북·중 다롄 회담 결과 관철된 것" #베이징 외교가 "시진핑 연내 방북 가능성"

폼페이오 장관이 이르면 이번 주 중 평양으로 가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고위급 회담에 임한다. 사실상 비핵화 문제를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첫 협상이다. 북ㆍ미 협상의 중대 고비 때마다 김 위원장이 시 주석을 만나 향후 전략을 논의하는 패턴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시 주석의 ‘훈수 정치’또는 ‘과외수업’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이를 곱게 보지 않는 미국은 ‘중국 배후론’을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롄 회동 직후 김정은의 태도가 달라졌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지난 3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김정은 위원장.[연합뉴스]

지난 3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김정은 위원장.[연합뉴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이에 개의치 않는다는 듯한 태도로 세번째 방중에 나섰다. 이는 싱가포르에서의 북ㆍ미 정상회담이 북ㆍ중 양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진행됐고, 앞으로도 긴밀한 공조를 바탕으로 전략을 짜야 한다는 공감대가 이뤄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1ㆍ2차 방중이 김정은의 요청에 의한 것이라고 공표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양측의 이해타산이 일치한 데 따른 결과로 보는 게 옳다. 북한은 중국의 지지와 후원을 업고 협상력을 높이며 더 많은 것을 챙길 수 있고, 중국은 북한을 통해 한반도 정세 변화 국면에서의 영향력을 확보하고 자국 입장을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2차 회담의 전후에 그런 정황이 나타난다. 회담 내막에 밝은 고위 소식통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5월 다롄 회담에서 “ 미국이 요구하는 일방적 비핵화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두 정상은 ‘단계적ㆍ동시행동’ 해법을 밀고 나가기로 합의했다. 시 주석은 회담 종료 당일 이뤄진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단계적 해법이 올바른 방안이라며 미국이 상응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북ㆍ중 양측은 동시행동원칙과 단계적 해법에 대한 합의가 지난 12일의 싱가포르 북ㆍ미 정상회담에서 관철된 것으로 평가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연합훈련 중단 발언을 북한의 핵ㆍ미사일 동결선언에 호응하는 조치로 보는 것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3일 "조·미(북·미) 수뇌가 단계별·동시행동 원칙을 준수하는것이 중요하다는데 대하여 인식을 같이했다"고 보도했다. 싱가포르 공동성명이나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발언에는 없는 내용이다. 중국은 자국의 공식입장인‘쌍중단’이 관철된 것으로 본다.

3차 회담에서는 다음 단계의 대응 방안으로 대북 제재 완화에 대한 방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북한이 원하는 제재 완화는 ‘비핵화가 일정한 수준에 이르기전까지는 제재를 풀 수 없다’는 미국의 입장과 충돌하는 부분이다. 반면 중국은 적절한 수준의 완화가 협상 가속도에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베이징 소식통에 따르면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제재는 목적이 아니다”고 발언했다. 중국이 대북 제재에 적극 동참한 이후 한동안 자제하던 이 발언은 이후 외교부 대변인의 공식 브리핑에서 되살아났다.

이런 경위를 감안하면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의 밀착 행보는 북ㆍ미 협상이 중요 고비를 맞을 때마다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베이징 외교가의 중론이다. 그 정점은 시진핑 주석의 답방이 될 수 있다. 베이징 소식통은 “시 주석의 연내 방북 준비에 들어갔다”며 “실현 여부는 북ㆍ 미 협상의 진척 여부에 달렸다”고 전망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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