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순 “한미연합훈련 한번쯤 중단 결정은 잘한 일”

중앙일보

입력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중앙포토]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중앙포토]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18일 “이번 주에 (미국이) 발표할 거로 보이는데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을 한번쯤 중지하는 건 잘하는 일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북·미 합의문 “서명이 역사적, #내용이 역사적이진 않아” 평가

송 전 장관은 이날 종로구 서울글로벌센터에서 국민대 한반도미래연구원과 북한연구소가 공동주최한 ‘한반도 평화, 새로운 해법을 모색하다’ 학술세미나 기조연설에서 “북한이 그동안 핵실험ㆍ미사일 발사 중지,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등 몇 가지 행동을 해서 미국도 행동을 보여줘야할 것”이라고 이같이 말했다.

송 전 장관은 “이번 북미정상회담에서 제일 큰 성과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주변 참모들이 북핵 문제가 한 번에 단칼로 잘라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게 된 것”이라고 꼽았다.

6자회담 수석대표로 2005년 9ㆍ19 공동성명의 주역인 송 전 장관은 “지난 2005년 9ㆍ19 공동성명을 할 때와 지금의 가장 큰 차이는 북한이 센토사 회담으로 세계에서 9번째 핵국가로 등장했다는 것”이라며 “그래서 북한의 핵무기를 포함해서 (핵시설, 핵물질 등) 신고를 받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를 더 강하게 요구하고 받아내는 과정으로서, 명분을 주기 위해 한미군사훈련 중지는 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방법, 과정에 있어서 한미 훈련 대상과 장소는 한국으로, 당연히 한미가 공동 사전협의해서 (훈련 중단을) 발표해야 한다”며 “미국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한국이 따르라고 하는 건 절대 반복되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송 전 장관은 북한이 말하는 ‘한반도 비핵화’와 ‘안전보장’이 우리와 개념이 다르다면서 향후 협상에 냉정한 판단을 요구했다. 그는 “미국과 북한, 한국이 한반도 문제를 보는 시계가 각기 다르다”며 “마음이 급한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 시간대로 안 되면 다른 경로로 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북미 회담 합의문에 대해선 “내용이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역사적 합의 서명’이라고 하는데 역사적이라는 말은 ‘합의’가 아니라 ‘서명’에 붙어야 한다”며 “양 정상이 서명한 게 역사적이지 그 내용이 역사적이진 않다”고 설명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