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기자에 들어본「88」준비상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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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대회개막을 10여일 앞둔 시점에서 볼 때 모든 준비는 순조롭다고 보여집니다. 따라서 대회운영 여부와 막대한 인력의 효율적인 관리를 서울올림픽 성패의 관건으로 생각합니다.』
서울올림픽을 취재하는 전세계 1만5천여 보도진중에서 누구보다도 한국사정에 정통하고있는「강팅췐」(장정권) 등 중국신화사 체육부장은 경기장을 비롯해, 관련행사장 등 소위 하드웨어 부문은 LA,·캘거리올림픽 등과 비교할 수 없는 한 차원 높은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장 부장은 특히 선수촌·기자촌과 같은 숙박시설이나 각종 편의시설 등은 저렴한 비용으로 훌륭한 시설을 즐길 수 있어 차기 올림픽개최지들에 교과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90년 북경아시안게임을 준비하고있는 중국으로서는 서울올림픽이 모든 면에서 좋은 본보기이며 대회조직이나 하이테크분야는 철저히 배워야할 부분들이지요.』
그는 또 SLOOC가 당초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언어서비스에 별다른 문제점을 발견치 못했다면서『영어가 외국어인 아시아권 국가에서 이 정도면 훌륭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운영요원·자원봉사자들의 친절에 감명> 마리아 돌로레스<스페인기자>
『서울은 TV를 통해 보고 듣던 것과는 달리 평온하고 쾌적한 도시입니다. 또 올림픽준비도 LA올림픽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훌륭하고요,』
차기 하계올림픽 개최지인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발행되는 스포츠전문지 문도 데포르티보(Mundo Deportivo) 지의「마리아· 돌로레스」기자는 서울에 도착하면 시가지 한복판에서 대학생들과 경찰이 벌이는 공방전을 쉽게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의 생각이 얼마나 우스꽝스런 것인지를 알게됐다며 실소를 감추지 못했다.
「돌로레스」기자는『서울올림픽을 취재한지 일주일이 채 안되지만 주 경기장을 비롯한 시설들이 모두 아름답고 또 대부분이 새것이라는 점이 인상적』이라고 말하고 운영요원들이나 자원봉사자들의 친절한 태도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차기올림픽 개최지의 전문기자로서 서울올림픽의 모든 것을 철저히 취재할 것이라는 그녀는『기본적인 실내비품이나 시설 등을 갖추지 않은 채 MPC를 개관한 점이나 이틀만에 부랴부랴 설비를 갖추느라 소동을 피우는 점등은 다소 의아스러웠다』고 지적하고『서두르다보면 반드시 실수가 따르게되는 만큼 매사에 침착하고 치밀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라는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모든 참가국의 선전모습 편견 없이 보도> 시마다 기미히로<요미우리 체육부차자장>
『올림픽시설이 사상최대인 것만은 확실합니다. 문제는 운영이 최고가 되느냐 하는 겁니다.』
일본 요미우리(독매)신문의 운동부차장인「시마다·기미히로」씨는 서울대회가 막연히 최고시설· 최대 참가국이라는 이유만으로 성공과 직결된다는 논리를 조심스럽게 경계했다.
86아시안게임도 취재했다는「시마다」차장은 당시에 지적됐던 운영상의 미비점이 아직도 목격된다며 조심스런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최고의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정보가 부족합니다. 자원봉사자의 숙련 도에도 심한 차이가 있는 것 같고, 철저한 안전활동으로 야기되는 부정적인 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요원들의 미소나 친절도 아직은 수준미달인 것 같습니다.』
이런 미비점들에도 불구하고 서울대회의 성공을 확신한다는「시마다」차장은 서울올림픽의 성격규정을 장외에서 찾아보는 것도 괜찮을 거라는 의견을 갖고 있었다.
『한국인은 정이 많고 친절하다고 들었습니다. 20만 명을 넘는 올림픽 방문자들에게 이것이 현실적으로 증명된다면 그것이 바로 올림픽정신의 구체적 실전이 아닐까요.』
그는 또『모든 참가국의 선전모습을 편견 없이 보도하는 것이 50여명의 요미우리 취재진에게 부여된 주요 의무』라고 덧붙였다.
<화합의 자리…치·경제인의 마당 안돼야> 폴 무레이 루이스<뉴질랜드 헤럴드기자>
『대회가 크고 화려할수록 상대적으로 소외된 부분이 많습니다. 서울올림픽을 주름잡을 세계적 스타들의 양지 저편엔 무수한 무명선수들의 음지가 있습니다.
서울에서는 소외된 부분이 최소화 될 수 있는 운영과 취재진 각자의 노력이 요구됩니다.』 뉴질랜드최대 일간지 뉴질랜드 헤럴드지의「폴·무레이·루이스」기자는 우선 스타 일변도의 올림픽을 경계했다.
『LA대회에 이어 두 번째로 올림픽취재에 나섰다는「루이스」씨는『LA올림픽 복싱판정의 편파성은 스포츠 오염의 극치였다』며 서울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주문했다.
『서울올림픽은 경기만이 아닌 전 인류의 우정과 화합을 조명해보는 자리가 돼야합니다. 이런 점에서 스포츠인 이전에 정치·경제인이 더 이상 올림픽을 오염시키지 않겠다는 중대한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경기자체에 못지 않게 한국의 소외된 면을 취재하고 싶다는「루이스」씨는『이것은 나의 생각이라기보다는 뉴질랜드 국민의 주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는 한국의 능력이 부럽다며 서울거리가 지나치게 서구화 일색이라 한국고유의 모습을 취재하기 어렵다는 푸념도 잊지 않았다.
<동작·감정 생생히 사진에 담겠다> 질 터커<AFP 사진편집장>
『취재기자는 글로써 서울올림픽을 말하지만 우리는 사진으로 글을 대신합니다.』
AFP통신의「질·터커」사진편집장의 첫마디는 올림픽현장을 가시화 한다는 얘기였다.
지난 15년을 UPI의 여성사진기자로「감정을 담은 사진」찍기에 주력했다는「터커」편집장은『우리의 사진이 어떻게 서울대회를 묘사하는지 두고 보라』며 선수들의 동작만 포착하는 진부한 사진은 찍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터커」씨에 따르면 서울대회의 사진은 두 가지 요소를 갖추지 않으면 안 되는데『첫째로 올림피안들의 신체에 미와 힘을, 둘째는 감정을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힘과 미는 슈퍼스타들의 액션에서 찾을 것이고 감정은 최선을 다한 패자에게서 구할 것입니다.』
각 신문이나 잡지에 사진을 제공해야 하는 통신사 입장에서 그녀는『대부분의 신문이 스타들의 경기모습만을 요구하고 있다』며 사진의 진정한 일면이 무시되고 있음을 아쉬워했다.
『서울올림픽은 진정으로 무엇인가 할 수 있는 대회였으면 해요. 메달획득이 올림픽의 모든 것인 양하는 착각에서 벗어나고, 테니스 및 기타종목에서 프로선수들이 참가하는 것을 반대하는 의견도 나왔으면 합니다.』
올림픽이 서울대회를 계기로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길 바라는 15년 경력의 한 기자의 조용한 호소였다.
<시간에 쫓겨 한국의 맛 음미 못해> 디벨트 본<서독자유기고가>
서울대회는 올림픽 역사상 어떤 위상을 지녀야 하는가. 올림픽정신의 세계화를 위해 서울대회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두 가지 질문에 대해 지난 30년간 동·하계올림픽을 취재했다는「디벨트·본」기자는 이렇게 답했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올림픽은 정치·경제·문화적 요소들과 연계하여 존립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서울대회는 비 스포츠적 요소와 희석되어 가는 올림픽정신이 조화·범행하는 선례를 남겨야 합니다. 서독의 주요일간지들을 상대로 한 프리랜서(자유기고가)인「본」 씨는『서울거리에서 최루탄이 없어지고 북한을 비롯한 불참국을 미워하지 않으며, 대회가 끝난 후에도 인류 모두가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해 줘야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7월 입경한「본」씨는 한국을 좀더 알고싶어 한국인 친구 집에 기거하며 가능한 한 모든 생활을 한국식으로 하고있다.
대회준비의 거의 모든 부문에 만족한다는 그는 그러나『시내 요식 업소가 한국의 맛을 음미할 기회를 주지 않더군요. 식사시간이 너무 짧아요.』『기자에게 시설만 제공하지, 기본적인 정보제공이 미흡합니다』는 등 몇 가지 문제점을 제시했다.
북한의 불참에 대해「본」기자는『이해하지 못할 사람들』이라며『불참에서 오는 불이익이 얼마나 큰지 대회가 끝나면 곧 알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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