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발전 장애요소는 개인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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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국제학술회의에 온 불 사회학자「미셸·크로지에」
19일 동안 계속되는 서울올림픽 국제학술회의의 폐막식(8일)에서 특별강연을 할 프랑스의 저명한 사회학자인「미셸·크로지에」교수(66·파리정치대학)가 4일 기자들과 미리 만났다.
「크로지에」교수는 조직사회학의 세계적 권위자로 프랑스 행정부의 경제계획·교육·공공행정에 관한 자문위원으로 큰 영향력을 가진 석학이다.
-서울을 본 소감은.
▲사람이 많고 교통난이 심하며 소란스러운 곳이라는 것이 내가 서울에 도착하기 전까지 들어온 서울의 인상이었습니다. 와서보니 예상보다는 훨씬 덜한 것 같군요. 특히 일요일 아침의 서울 거리는「조용한 아침의 나라」그대로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듭디다.
-강연의 주제는 무엇입니까.
▲미래사회에 있어 복합조직의 역할을 다룰 예정입니다. 제가 말하는「복합조직」은 거대조직의 관료주의적 문제와는 크게 다릅니다. 현대사회는 산업혁명이후 근대사회에서 강조되어온「규모의 경제」라는 사고방식으로는 도저히 통제할 수 없는 인간관계의 중첩성이 두드러 집니다.
조직의 외형적 성장은 오히려 소규모 화되는 경향이지요. 이제 거대조직은 환경변화에 적응 못하고 사라져버린 공룡과 같은 운명을 맞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이것은 과거의 산업혁명보다 훨씬 큰 의미를 지닙니다. 현대사회는「인적자원의 혁명」을 겪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물적 자원의 관리보다 인적자원의 개발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개인을 한 체제의 부속품으로 위치시키는 사고방식에서 탈피해 복합적 관계의 시스템 속에서 자율성을 보장하도록 해야합니다.
-자율성 보장은 어떤 방식으로 가능합니까.
▲대단히 다양하게 형성되는 개인의 경험이 축적된 것을 지성이라고 봅니다. 이러한 지성이 생산활동을 포함한 모든 인간의 조직활동에서 활용되도록 해야하지요.
이를 위해서는 어떤 문제를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조직의 구축이 필수적입니다. 그런데 이런 시각의 다양성은 동양세계로부터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프랑스 인들은 너무 연역적인 사고방식에만 익숙해 있지요.
-동양에 새로운 조직의 사례가 있습니까.
▲일본의 OC조직(품질관리 그룹)을 한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이것은 한 조직에서 가장 아래쪽에 위치한 개인이 전체 조직의 문제에 자발적인 참여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줍니다. 그 결과 문제해결에 개인의 다양한 경험이 손쉽게 활용되고 있지요.
이는 프랑스의 경우와는 크게 다릅니다. 일정한 공감대가 없으면 결코 일체감을 갖는 법이 없는 개인주의적인 프랑스 인들과 달리 일본인들은 중간 단계적인 일체감이 손쉽게 형성됩니다.
-일일본인의 창의력이 서양사람보다 높다는 뜻입니까.
▲개인을 놓고 보면 창의성이 낫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일체감을 가진 한 그룹이 발휘하는 창의성의 힘은 대단히 큰 것입니다. 예컨대 산업혁명의 시기에 서구에서는 경영자·혁신자들의 능력이 대단히 높이 평가되고 있었지요.
「크로지에」교수는 서구사회의 극단화된 개인주의가 현대사회의 발전에 오히려 장애가 된다는 것을 거듭 강조했다. <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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