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훈련 중단에 北은 무얼 내줄까, 트럼프 선의의 결말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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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ㆍ12 북ㆍ미 정상회담의 후속협상이 이르면 이번주부터 시작된다. 12일 회담에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가 빠졌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스스로 성과를 부각하며 부정적인 여론에 맞서고 있다. 후속협상에 대한 부담은 더 커진 상황이다.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엄지손가락을 치켜든 트럼프 대통령. [싱가포르 국제미디어센터 제공=뉴스1]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엄지손가락을 치켜든 트럼프 대통령. [싱가포르 국제미디어센터 제공=뉴스1]

AP통신은 1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합의문이 외교 난제였던 북한 문제 해결 위한 중대한 발걸음이라 여기고 있고, 모든 사람이 이에 동의하지 않는 데 대해 불만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날 폭스뉴스 등 기자들과 만나서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비교하며 “나는 그 문제를 풀었다. 그 문제는 대체로 풀렸다”고 강조했다. 그는 “합의를 안 했다면 핵전쟁이 나게 된다. (회담장 밖으로) 걸어나가 끔찍하다고 말했어야 하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13일 귀국 직후 그의 트위터에도 “더 이상 북한으로부터 핵 위협은 없다”고 확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같이 “문제는 풀렸다”, “핵 위협은 없다”고 장담하는데는 해석이 엇갈린다. 합의문에는 없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완전한 비핵화의 의지를 정말 확인하고 확답받았거나 특유의 사업가적 기질로 자신의 성과를 포장하고 있을 가능성이다.

①“합의문에 없는 합의 주목해야”=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의지가 크더라도 김정은의 이름과 서명이 들어가기 때문에 문서화된 합의문에 부담이 컸을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남북 정상회담 직후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발표가 나왔고, 북ㆍ미 정상회담 회담 직후 트럼프의 기자회견에서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기가 발표됐다”며 “북한이 문서화하지는 못해도 미국에 중요한 조치들을 약속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후속협상에서는 북한의 비밀 핵프로그램 공개와 검증과 사찰 등 핵심 의제 논의를 피할 수 없다. 미 정부는 핵무기 반출과 같은 중요한 초기 조치들을 요구해왔다.

북한 노동신문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싱가포르 정상회담과 공동 합의문 채택을 13일 보도했다. [노동신문=뉴스1]

북한 노동신문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싱가포르 정상회담과 공동 합의문 채택을 13일 보도했다. [노동신문=뉴스1]

 합의문 자체보다 더 큰 반감을 불러 일으켰던 트럼프 대통령의 한ㆍ미 연합훈련 중단 발표에 대해서도, 만약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훈련을 재개하거나 더 대규모로 하는 식으로 북한을 압박하는 카드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가 두세 수 앞을 보고 협상의 공간을 만들어놓은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한ㆍ미 양국은 이번주 중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등 3대 연합훈련을 중지를 발표하면서 대화가 중단되거나 합의된 조치들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훈련을 재개하는 ‘스냅백(snapback)’ 조항을 포함하기로 했다고 한다.

②“정치적 리스크 커져”=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전략적으로 촘촘한 고려 없이 단순히 김정은의 선의에만 기대고 있다면 상황은 더 악화할 수 있다. 6ㆍ12 회담 직전까지 “1분 이내면 (김정은의 비핵화 진정성을) 알아차릴 수 있다(트럼프 대통령)”, “CVID만이 미국이 받아들일 수 있는 유일한 결과이며 V(검증)가 정말 중요하다”(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며 기대감을 높였고, 그 말에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다.

 의회 전문매체 더 힐은 “예측불가능한 국가(북한)가 만약 (비핵화 약속을) 완수하지 못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는 외교적·정치적 리스크를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한ㆍ미 훈련 중단 등을 북한에 대한 신뢰에 기초한 본인의 선의라고 보고, 북한이 실제로 본인의 선의에 해당하는 조치를 취할 것으로 기대할 가능성이 크다”며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선의에 기대어 비핵화가 어렵다고 판단하는 시점에 군사적 옵션을 다시 고려하거나 사용할 가능성도 더 커졌다”고 우려했다.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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