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아시아 국가 첫 승리다.
이란은 16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모로코와의 2018 러시아 월드컵 B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후반 종료 직전 터진 모로코 수비수 아지즈 부하두즈(상 파울리)의 자책골로 1-0으로 승리했다. 이란은 1998년 프랑스 대회 미국전 2-1 승리 이후 20년 만에 월드컵 본선 승리를 거뒀다. 반면 모로코는 경기 막판 결승골을 내주면서 무릎을 꿇었다.
후반 막판 나온 자책골에 승부가 엇갈렸지만 이란의 '수비 축구'가 빛났던 한판이었다. 이란은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10경기를 치르면서 단 2골만 내주는 '철벽 수비'를 펼쳤다. 2011년부터 팀을 맡은 카를로스 케이로스(포르투갈) 감독이 탄탄하게 구축한 수비 조직력을 바탕으로 이란은 최근 3~4년새 '아시아 최강 팀'으로 떠올랐다. 이같은 수비가 러시아 월드컵 본선 첫 경기에서도 위력을 발휘했다. 라인을 내려 모로코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봉쇄했다. 상대의 공세에 때론 수비수 여럿이 몸을 날리면서 막아냈다. 슈팅수에선 12-8로 모로코가 앞섰지만 단 한 골도 내주지 않은 이유다. 여기에 빠른 역습으로 상대 문전도 수차례 위협했다. 유효슈팅은 이란과 모로코 모두 같았다. 이란은 말 그대로 '늪 축구'의 정석을 펼쳐보였다.
결국 이란은 후반 추가시간에 결승골을 만들어냈다. 상대 진영 왼 측면에서 에산 하지사피(올림피아코스)가 올린 프리킥을 문전에 있던 모로코 수비수 부하두즈가 머리로 걷어내려던 공이 골문 안으로 그대로 들어갔다. 후반 교체 투입된 부하두즈는 망연자실했고, 이란 선수들은 일제히 환호했다. 7년간 '수비 축구 한 우물'을 파면서 러시아 월드컵 본선 첫 경기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던 케이로스 감독도 펄쩍펄쩍 뛰면서 기뻐했다. 전날 사우디아라비아가 개최국 러시아와 개막전에서 0-5로 완패하면서 무너졌던 아시아 축구의 체면도 겨우 살려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