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4명 소 여객선 타고 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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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부산=제정갑·김석환 기자】
미하일 숄로호프호에는 서동호(36),「발레리·박」,「리주학」「리탈리바실리에비치·편」씨 등 4명의 한국계 소련인이 승선하고 있다.
이들 중 서동호씨는 아버지가 서명원, 어머니 최순애씨로 현재 블라디보스토크 외무대 일본국에 근무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블라디보스토크 종합대학 일어과를 졸업, 외무대 일본국에서 일본기술자들과 함께 일하고 있는데 아버지의 고향은 충남 논산군 채운면 우기리로 한국에 작은아버지 서재원씨와 고모 세분이 살고있는 것으로 알고있다고 말했다.
또 사돈집인 최인택씨는 서울에 살고있는데 최근에 요리 책을 출판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는 것.
그는 한국에 오기 전 사할린 코르사크부에 살고있는 어머니와 큰아버지·고모부 등 친척들이 한국에 가거든 그곳에 살고있는 친척들을 꼭 찾아보라고 했다며 친척들을 만날 수 있는 길이 없겠느냐고 호소했다.
「위탈리바실리에비치·편」씨는 우즈벡 공화국 스포츠부 부위원장으로 소련체육계의 거성으로 알려졌는데 그의 제자로는「넬리·김」(체조)등이 있고 이번에 참가하는 선수 중에도 두 명이 있다는 것.
「발레리·박」씨는 모스크바에 삼고있는 배우로 아버지는 한국사람이고 어머니는 소련사람이라고 했다.
이들은 서울체류 중 중앙일보에서 초청한다면 회사에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리주학(64)씨는 본사기자와 만나『올림픽을 개최하는 우리 나라에 내가 올 줄이야 미처 몰랐습니다』라며 고국땅 위에 선 감격으로 말을 잊지 못했다.
현재 하바로브스크에서 거주하며 모스크바방송국 한국어 번역관으로 일하고있는 이씨는 소련선수단의 통역업무를 맡아 한국에 오게됐다고 밝혔다.
함경남도 함흥이 고향인 이씨는 지난 1928년 부모를 따라 사할린으로 이주한 뒤 해방이 된 후 하바로브스크로 가 그곳 사범대학 영문과를 졸업했다.
말쑥한 베이지색 양복으로 부유한 모습이 엿보이는 이씨는 1남2여를 두고 있으며 맏딸은 대학도서실에서 근무하고 있고 둘째딸은 블라디보스토크 주 집행법률가, 또 아들은 중학교 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씨는『소련 땅에서도 KBS 사회교육 방송을 통해 자주 한국소식을 듣고있다』며『조용필의 노래를 가장 좋아한다. 인천항에 가거든 한국사람들 앞에서 한 곡조 뽑아보겠다』고 환한 웃음을 지었다.
이씨는 인구 66만의 하바로브스크에 한국사람이 약4천명 가량 살고있는데 대부분 부지런하고 머리가 좋아 다른 소련사람들에 비해 잘 살고 있는 편이라고 전했다.
큰손자(19·하바로브스크 공대3년)의 결혼문제까지 벌써 걱정하게됐다는 이씨는『한국이 서울올림픽을 개최하게 된 것은 지난 81년 IOC총회결정 때부터 잘 알고 있었다. 한국이 올림픽을 개최할 정도의 능력을 갖고있는 것에 대해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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