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대기할 임직원 "문제 없게 … " 지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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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돌발상황에 대비해 임직원과 경비용역 직원 수백 명이 현장에서 대기하는 계획도 짜놓았다. 회사 측은 이들에게 "절대로 문제가 생길 행동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 혹시라도 불상사가 생겨 현대차와 그룹 총수의 이미지를 악화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만큼 현대차그룹은 이번 사건의 정점에 있는 정 회장의 검찰 출두에 전 국민은 물론 해외시장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점을 의식하고 있다. 정 회장은 현대차 수뇌부 및 변호인단과 함께 대책회의를 열고 검찰 조사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 회장이 출두하면서 카메라 앞에서 어떤 말을 해야 할지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19일 중국에서 귀국할 때 취재기자들의 질문 공세에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수십 차례 반복했다.

특히 현대차는 정의선 사장에 대한 검찰 조사가 예상보다 강도 높게 진행됐고, 검찰이 사법처리 수위를 놓고 고심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정 사장은 당초 예정보다 늦은 21일 오전 4시에야 귀가했다. 정 사장은 18시간여에 걸쳐 조사를 받았고, 검찰 조사 내용을 일부 시인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현대.기아차 임직원 100여 명은 20일 오후 10시부터 대검 청사 앞에서 정 사장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현대차 관계자들은 정 사장의 귀가가 늦어지자 "총수 부자에 대한 처벌 수위가 높아지는 것 아니냐"며 초조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대검 채동욱 수사기획관은 "(정 사장보다) 정 회장에 대해 조사량이 더 많다"고 말해 현대차 관계자들을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틀 전 발표한 1조원대 사회 공헌의 의미와 현대차가 글로벌 기업임을 강조하고 있다. 현대차 홍보실은 21일 정 회장의 글로벌 경영과 해외현장 경영 성과를 설명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2003년부터 28차례에 걸쳐 해외를 돌며 민간 외교사절로서 현대차는 물론 국가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내용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회사의 가장 큰 걱정은 이번 수사로 해외에서 지난 수년간 공들여 쌓아올린 브랜드 이미지가 실추되는 것"이라며 "브랜드 이미지는 한 번 떨어지면 회복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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