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자위대 빨리 이라크 보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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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자위대의 이라크 파병을 결정한 일본이 돌다리만 두드리며 머뭇거리고 있다.

십여차례에 걸쳐 이라크에 조사단을 파견하고도 본대 파견을 미룬 채 이번 주에 또 다시 조사단을 보낼 계획이다. 이에 미국은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며 일본에 자위대의 조속한 이라크 파병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14일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미국 국방부의 일부 강경파들이 "일본이 (돈 내는 것 말고) 땀 흘리는 부분에서는 미국의 요구에 응하지 않는다" "도대체 일본이 (이라크에서) 식수배급도 못할 이유가 뭐냐"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급기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17일 일본을 방문하기로 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와 담판을 지어 사태를 해결해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일본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는 이라크 내 치안 악화로 파병 등 각종 이라크 지원 계획들이 지연되면서 최소 수십억달러의 재건비 지원을 약속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일각에서는 자위대 파병이 계속 늦어질 경우 1991년 1차 걸프전 당시 지원규모인 1백30억달러(약 15조6천억원)에 근접한 1백억달러(약 12조원) 수준의 재정지원을 미국에 요구받을지 모른다고 우려한다. 일본 국회는 지난 7월 비전투 지역으로 활동범위를 한정해 이라크 파병법안을 통과시켰다.

당시 집권 자민당은 찬성했지만 야당들은 "지금 이라크에서 전투 지역과 비전투 지역이 어디 따로 있느냐"며 반대했다. 이런 가운데 바그다드 내 비전투 지역인 유엔 건물이 지난 8월 19일 폭탄테러를 당하면서 일본 내 여론이 급속히 나빠지고 있다.

박경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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