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도전에 쏟아지는 갈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1면

14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벌어진 SK-삼성전에서 관중은 이승엽에게 열화 같은 성원을 보냈다. 그가 타석에 들어설 때면 박수와 환호를 보냈고, 물러날 때도 갈채를 보냈다.

8회초 이승엽이 좌측 담장으로 날아가는 홈런성 파울을 날렸을 때는 삼성 응원석은 물론 SK 응원석에서도 "아~!"하는 아쉬운 탄성이 터져나왔다.

이날 이승엽은 부진했다. 3타수 무안타(1볼넷)에 그쳤다. 그런데도 관중은 별로 초조해하지 않았다. 아시아 시즌 최다홈런이라는 대기록 수립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믿고 있는 것 같았다. 신기록 수립까지의 과정을 천천히 음미하며 즐기려는 분위기마저 느껴졌다.

일본에 비하면 국내 프로야구의 기반은 취약하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2년간 뛰었던 정민태(현대)는 "일본은 5천개가 넘는 고교 야구팀에서 선수들을 뽑는다. 반면 국내 고교 야구팀은 50개에 불과하다"며 "출발점이 완전히 다르다"고 말한 적이 있다.

어려움 속에서 피는 꽃이 아름답다. 이승엽의 도전도 그래서 빛이 난다. 1999년 이승엽은 오 사다하루(왕정치)가 갖고 있는 시즌 최다 홈런기록(55개)에 딱 한개 못 미친 채 주저앉았다.

그리고 4년 만에 다시 도전장을 냈다. 오 사다하루의 '전매특허'였던 외다리 타법도 버렸다. 대신 두 발로 선 채 올시즌 53개의 홈런을 때렸다. 이제 이승엽은 자신의 기록에 한발짝, 오 사다하루의 기록에 두발짝, 아시아신기록에 세발짝을 남겨놓고 있다.

백성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