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태닉 커플' 수몰 상가서 탈출하려다 약혼녀와 함께 저세상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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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약속했던 20대 남녀 한쌍이 건물 지하에 함께 수몰됐다가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돼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경남 마산에서 학원을 경영하는 정시현(28.경남 마산시 월영동)씨와 서영은(23.여.경남 창원시 상남동)씨는 태풍 '매미'가 급습한 12일 오후 마산시 해운동 해운프라자 지하 식당과 노래방에서 여느 때처럼 데이트를 즐겼다.

이날 오후 10시쯤 해일과 만조로 갑자기 건물 지하로 물이 밀려들자 이들은 필사적인 탈출을 시도했다.

점포 상인들에 따르면 정씨는 徐씨와 함께 빠져 나오다 거센 물줄기를 이기지 못하고 휩쓸려 내려가던 徐씨를 구하기 위해 건물 아래층 쪽으로 내려갔다가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종자 수습 과정에서 徐씨는 13일 오후 9시 인양됐고, 정씨는 일곱시간여 뒤인 이튿날 오전 4시20분 발견됐다. 이들은 내년에 결혼식을 올리기로 하고 다음달 약혼식을 치를 예정이었다.

아버지 정모(65)씨는 12일 자정쯤부터 초조하게 사고 수습과정을 지켜 보다 아들의 시신을 확인하고 혼절했다. 미국에 사는 徐씨의 아버지도 13일 오후 급히 귀국해 딸의 시신이 안치된 병원을 찾아 오열했다. 이들의 부모는 병원 영안실에서 눈물의 만남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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