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해씨 딸 "WTO 시위중 시신 못옮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멕시코 칸쿤에서 세계무역기구(WTO) 농업협상을 반대하며 지난 10일(현지시간) 자살한 이경해 전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 회장의 큰 딸 지혜씨가 시신 인수를 거부했다.

고모 이영신씨와 함께 13일 오후 현지에 온 李씨는 칸쿤 중앙병원에 안치된 아버지의 시신을 본 뒤 흐느끼며 "아버지의 뜻을 기려 WTO 협상 반대 시위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당장 시신을 인수할 수 없다"고 밝혔다. 멕시코 주재 한국 대사관과 멕시코 경찰은 현재 李씨를 설득하고 있다.

한농연 관계자들로 구성된 장례위원회는 당초 WTO 회의가 폐막하는 14일 칸쿤 중앙광장에서 추모제를 연 뒤 15일 칸쿤을 출발해 18일 오전 2시45분(한국시간) 인천 국제공항에 도착, 19일 서울 국립경찰병원에서 세계 농민장으로 장례를 치를 예정이었다.

그러나 李씨가 반대 시위가 지속되는 한 아버지 시신을 인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상황에 따라서는 장례 절차가 늦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칸쿤(멕시코)=정재홍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