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중도파 갈길 고민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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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민주당 잔류냐, 신당 합류냐를 놓고 30여명에 달하는 중도파 의원들의 고민이 깊다.

신당파는 국정감사 전인 오는 20일 집단 탈당한 뒤 국회에 교섭단체 등록을 마치기로 결정하는 등 독자 행보를 재촉하고 있다. 구주류 의원들의 모임인 정통모임은 그들대로 새 지도부 구성 등 당 정비 프로그램을 다듬고 있다.

양측이 중도파 의원들의 선택을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추석기간 중 접한 지역 민심은 중도파 의원들의 발목을 꽉 잡고 놓아주지 않고 있다.

추석 전까지만 해도 신당행을 저울질했던 김효석(金孝錫.담양-곡성-장성)의원은 추석 후인 13일 "찬반이 팽팽하면 소신대로 하겠지만 신당에 부정적인 민심이 워낙 강하다"면서 "현재로선 소신대로 행동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호남이 지역구인 중도파 의원들은 "왜 정권을 잡은 당이 둘로 쪼개져야 하느냐"는 등 민주당 분당사태에 대한 거센 비난 여론 때문에 자신의 거취문제를 거론할 분위기조차 아니었다고 토로했다.

이정일(李正一.해남-진도)의원은 "지역에서 아예 국회를 없애라는 소리까지 들었다"고 했다.

중도파의 깊은 고민은 일요일인 14일 열린 통합모임(잔류 중도파 의원들 모임) 회의에 무려 17명이나 참석한 데서도 엿보였다.

모임이 끝난 뒤 김영환(金榮煥.안산갑)의원은 "추석 민심은 대부분 분당에 대해 부정적 반응이었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며 "신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金의원은 "대통령이 당을 수습해야 한다"며 노무현 대통령의 중재에 여전히 미련을 두기도 했다.

이에 따라 추석 민심을 접한 중도파 의원 중 일부는 선택의 시기를 아예 국정감사 이후인 10월 말로 멀찌감치 미뤘다. 함승희(咸承熙)의원은 "당분간 아무 편도 안하겠다"며 "국정감사 후 (거취를)결정하겠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신당파는 김원기(金元基)창당주비위원장 등이, 구당파는 한화갑(韓和甲) 전 대표가 직접 중도파 의원들과 맨투맨 접촉에 나서는 등 세 불리기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박승희.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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