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칼럼] '등교거부' 시위 자제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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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요즘 지역 주민들이 주위에 건설되는 혐오시설 등과 관련된 집단시위 과정에 자녀의 등교거부를 무기로 삼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 맹학교 시설 일부 이전과 변전소 건설, 쓰레기 소각장 건립 등을 반대하기 위해 주민들이 자녀의 등교를 막고 있다. 특히 원전수거물 관리시설 유치를 반대하는 전북 부안군의 초.중.고교 자녀 등교거부 운동은 최고조에 이르러 자칫 장기화할 우려가 있다.

이 지경이 된 것은 무엇보다 정부의 무책임한 정책집행 과정에다 주민에 대한 서투른 접근 방법이 가장 큰 원인이다. 더구나 주민이나 시민단체들이 밀어붙이면 정책을 유보하거나 바꾸는 우유부단의 탓도 있다.

주민 입장에서는 자녀의 등교거부를 통해 언론의 주목을 쉽게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오죽하면 자식을 학교에까지 보내지 않겠느냐'는 동정여론까지 얻어낼 수가 있다. 하지만 자녀의 등교거부 시위를 통해 무엇을 얻고 어떤 것을 잃고 있나 곰곰이 생각해볼 일이다.

등교거부 사태가 계속되면 다른 지역 학생들에게 여러 가지로 뒤질 수밖에 없다. 외국에서는 주민의 이해관계로 등교를 거부하는 일은 보기 드물다. 더구나 노동운동의 현장에 처자식까지 동원해 같이 시위를 벌이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다.

자녀들을 소유물로 간주하거나 부모의 생각이 곧 자녀의 의사라는 편견은 버려야 한다. 이 잘못된 생각 때문에 '살려 달라' '죽기 싫다'고 애걸하는 자기 자식을 떨어뜨려 죽이고 같이 뛰어내려 죽는 비극이 생기는 것이다.

부모들이 자녀를 학교에 보내는 일은 부모의 도리며 법적인 의무사항이다. 정부도 혐오시설 등을 건설할 때는 투명성과 적합성.합리성이 있도록 결정해야 옳다. 또 정부가 한번 결정한 정책은 반드시 시행하는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

지광준 강남대 교수 형사정책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