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대출 여러곳 신청하면 낭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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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회사원 金모(35)씨는 최근 A은행에 생활자금 대출을 받으러 갔다가 퇴짜를 맞았다. 못 갚은 카드 대출금이 깔려 있는 것도 아니고 직장이 없는 것도 아닌데 대출을 안 해주는 이유가 궁금해 金씨는 은행 직원에게 따졌다. 그러자 은행 직원은 金씨에게 여러 은행에 대출 신청을 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사실 金씨는 A은행에 대출받으러 가기 전에 인터넷을 통해 여러 은행에 대출 신청을 한 뒤 금리와 상환 조건 등을 비교해보고 A은행에서 대출받기로 결정했던 터였다. 그게 실수였다.

현재 대부분 은행은 고객이 대출 신청을 하면 은행연합회와 신용정보회사에 해당 고객의 신용정보를 조회한다. 이때 신용정보회사는 해당 고객이 대출금을 연체한 사실이 있는지 등 신용정보와 함께 각 금융회사가 해당 고객의 신용정보를 몇 차례나 조회했는지까지 은행에 통보한다.

이때 금융회사의 조회건수가 많은 사람은 '요주의' 고객으로 분류돼 대출에 불이익을 받게 된다.

여러 곳에 대출신청을 한 사람은 신용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우리.하나.한미.신한.제일은행 등은 신용정보회사가 보내주는 조회건수를 개인 신용평점시스템(Credit Scoring System)의 평가항목으로 포함시켜 대출 심사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국민.조흥은행은 CSS에는 포함시키고 있지 않지만 막판 대출 결정 때 참고자료로 이용하고 있다. 조회건수를 대출 심사에 적용하지 않고 있는 은행은 기업.외환은행뿐이다.

본래 조회건수는 동시에 여러 은행에서 대출받으려는 불량고객을 걸러내기 위한 자료로 이용돼 왔다. 그러나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대출에서는 소비자가 여러 은행에 대출 신청을 한 뒤 금리나 상환 조건을 비교해보는 게 보편화됐다. 이 때문에 신용정보 조회건수를 대출 심사에 적용하는 것은 온라인 뱅킹 시대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많다.

조회건수를 심사대상에서 제외한 기업은행의 유영천 홍보실장은 "신용정보회사의 조회건수를 둘러싼 민원이 늘어 이를 대출 심사 때 고려 항목에서 제외했다"며 "온라인 뱅킹이 활성화할수록 조회건수는 의미 없는 정보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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