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주민 설득 위해 의료·비료 먼저 달라" 美에 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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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과 진행한 실무협상 과정에서 비료와 의료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8일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최근 판문점에서 진행된 북ㆍ미 실무접촉에서 북한 대표단은 정상회담 의제와 함께 비핵화에 대한 대가와 관련한 언급이 있었다”며 “대북제재 해제와 외교관계 수립을 주장하면서도 초기 단계로 미국의 대북 지원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 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6일까지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여섯 차례 접촉했는데, 언제 이런 요구가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 대사 등 미국 협상팀이 북한과의 실무협의를 위해 지난 6일 판문점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 대사 등 미국 협상팀이 북한과의 실무협의를 위해 지난 6일 판문점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특히 북한은 미국의 대북 제재가 해제되지 않더라도 인도적 차원의 의료과 비료 지원을 원했다고 한다. 미국이 요구하는 비핵화를 할 경우 북한 주민들을 달랠 수 있는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취지였다는 것이다. 민생 살리기에 주력하고 있는 북한은 토지 정리 사업과 수로 공사 등으로 식량 사정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비료 부족으로 인해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이 지난 4월 공동으로 작성한 ‘2018 세계 식량 위기 보고서’는 “북한 주민 10명 중 4명이 식량난에 허덕였다”고 밝혔다.

미국은 대북제재의 일환으로 미국 국적자의 방북을 금지하고 있고, 국제사회의 대북 지원에 대해서도 현미경처럼 들여다보고 있다. 때문에 국제단체의 원조활동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미국이 인도적 대북 지원 활동을 다소 풀어줄 경우 미국이 직접 지원을 하지 않더라도 한국이나 중국의 지원이 가능해진다. 이런 북한측 요청에 미국은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를 지켜보자면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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