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경고음에도…정부 “전반적 회복 흐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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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최근 경기에 대해 “전반적으로 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여러 경제 지표에서 경고등이 켜지며 “경기 침체 국면에 있다”라는 진단이 나온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3% 성장 경로에 있다”라는 공식 입장을 유지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혁신성장 관계장관회의 겸 제8차 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연합뉴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혁신성장 관계장관회의 겸 제8차 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연합뉴스]

기획재정부는 8일 내놓은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6월호를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설비투자ㆍ소비는 일부 조정을 받았다”라면서도 “광공업 생산ㆍ건설투자가 증가로 전환하면서 전반적으로 회복 흐름”이라고 밝혔다.

기재부 '6월 그린북' 발표…광공업 생산, 건설투자 증가 #"세계경제 개선,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로 회복세 지속" #민간기관들 "성장세 꺾이고 있다"…"경기침체" 진단도 #김동연 "혁신성장 가시적 성과에 정부 모든 역량 집중"

지난 4월 설비투자가 전달보다 3.3% 줄었고, 같은 달 소매 판매도 한 달 전보다 1% 감소했다. 반면 4월 광공업생산은 전달보다 3.4%, 건설투자는 4.4% 증가했다. 이렇게 여러 지표의 방향이 엇갈리는 모습을 보이는데, 정부는 전반적인 회복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고 봤다.

정부는 당분간 이런 경기 흐름이 유지될 거로 전망했다. 기재부는 “세계경제 개선과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 투자심리 회복 등에 힘입어 회복세가 지속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다만 정부는 “고용 상황이 미흡하고 미국의 금리 인상 등 대내외 위험이 상존한다”라고 짚었다.

세계은행 성장률 전망

세계은행 성장률 전망

정부의 낙관적 시각과 달리 안팎에선 한국 경제가 꺾일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세계은행은 지난 6일 “선진국 경제가 주춤하고 주요 원자재 수출국의 회복세가 약해지면서 향후 2년간 점진적으로 세계 경제 성장이 둔화할 전망”이라는 내용의 ‘세계 경제 전망’을 발표했다. 세계은행은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3.1%를 거쳐 내년 3.0%, 2020년 2.9%로 전망했다.

세계 경제 성장률의 둔화는 곧 한국 수출과 성장률 둔화로 연결될 수 있다. 이미 주요 연구기관은 한국 경제 성장세가 꺾이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3일 “2분기에 한국 경제가 경기 침체 국면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경기는 저점에서 회복기와 호황기를 거쳐 정점에 이른 뒤 후퇴기와 침체기를 거쳐 다시 저점으로 돌아가는데, 이미 후퇴기를 넘어 침체기에 접어들었다는 얘기다.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위원장이 “경기 침체 국면의 초입 단계에 있다”고 밝힌 것보다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LG경제연구원도 “한국 경제의 성장세가 꺾일 것 같다”며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8%로 잡았다. 정부 전망치(3.0%)에 못 미치는 수치다. 정부의 싱크탱크 격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수출 주력 업종의 경쟁력 저하 등을 이유로 애초 3.1%로 잡았던 올해 상반기 성장률 전망치를 2.9%로 낮췄다. 연간 성장률 전망치도 정부 전망치 아래인 2.9%로,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2.7%로 하향 조정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그간 성과가 미흡했다고 평가받은 ‘혁신성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김동연 부총리는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혁신 성장 관계장관회의 겸 제8차 경제장관회의에서 “빠른 시간 안에 우리 시장과 기업, 국민이 혁신 성장의 가시적인 성과를 볼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혁신 성장에 대해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라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정부가 저렇게 움직이니깐 혁신 성장이 되겠구나 하는 성과를 내야 한다”라며 “혁신 성장 가속화에 정부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해 관계자의 대립이나 사회 이슈화로 혁신이 잘 안 되는 분야도 규제혁신 방안을 조속히 만들어 정부 의지를 확실히 보여주겠다”라며 “빠른 시간 내에 규제혁신이 필요한 과제들에 대한 의견을 모으고 있고 적어도 한 분기 내에 해결할 수 있는 돌파구를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정부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혁신은 기업과 시장이 주도하도록 해야 한다”며 “창업 예산의 조기 집행과 혁신 모험 펀드 투자 실행 등을 통해 올해 목표로 하는 신설법인 10만개 이상 달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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