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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s] 장애 2급이지만 실력은 1급입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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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최근 장애인 일자리가 늘어나고 장애인에 대한 사회인식도 좋아졌지만 직장에 적응하기는 여전히 쉽지 않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장애인 채용계획이 없다고 밝힌 회사들은 ▶회사 내 장애인 편의시설 미비 ▶직무 관련 기능 부족 ▶직장 내 대인 관계 문제 등을 장애인 고용의 걸림돌로 꼽았다. 홀로서기에 성공한 두 명의 장애인 직장인을 소개한다.

◆오지의 화장품 방문판매원=김민정(36.여)씨는 코리아나 화장품의 경기도 안성사업국에서 일한다. 김씨는 뇌성마비 2급 장애인이다. 컨디션이 안 좋을 때면 몸을 마음대로 가누기 힘들 정도다. 하지만 화장품 판매일을 한 지 어느덧 만 6년째가 됐다. 제품을 가방에 넣고 고객을 찾아 어렵게 한 걸음씩을 떼는 모습을 보면 '저래서 얼마나 팔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러나 김씨의 매출은 월 300만원 정도. 실적이 좋을 때는 500만원까지도 올린다. 이 같은 판매실적은 일반 방판사원에 못지않은 것이다.

김씨의 비결은 '성실함'이다.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시외 버스를 탄다. 대개 방문판매(방판) 사원들이 외면하는 먼 곳까지 화장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다. 심지어 버스가 하루에 두 번밖에 오가지 않는 곳도 김씨의 판매영역이다. 김씨는 "화장품을 받아들고 기뻐하는 주부들을 보면 일의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씨가 업무에 적응하기까지는 사업국장인 이은미씨의 도움이 컸다. 1999년 김씨에게 화장품 판매의 기회를 준 게 이씨였다. 화장품을 사러 온 김씨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장애인이라 너무 취업하기 힘들다"는 말을 듣고 방판에 도전해 보라고 권했던 것이다. 2년 동안 직접 김씨와 같이 다니며 고객을 대하는 법부터 제품에 관한 설명, 마사지법까지 가르쳤다. 이씨는 "장애인이기 때문에 오히려 미용 면에서 소외받은 외곽 지역의 주부들을 신경 쓸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김씨는 팀장이 돼 두 명의 부하직원도 두고 있다.

◆장애인 고용 물꼬 튼 '말아톤'=장원길(42)씨는 패밀리레스토랑 빕스 서울 등촌점에서 일하고 있다. 정신지체 2급인 장씨는 이곳에서 컵 세척, 포크.나이프 정리 등의 주방 보조 일을 한다. 3년째 단 하루도 안전사고를 낸 적이 없다. 무단 결석이나 지각을 한 적도 없다. 100명이 넘는 이곳 직원들 가운데 나이가 많은 편이지만 인사성이 바르고 부지런하게 일을 해 동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매사에 꼼꼼하고 주변 정리도 잘한다. 이 매장의 채수진 점장은 "가끔 다른 직원들에게 '장씨 좀 보고 배우라'고 하는 데 결코 괜한 얘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2002년 함께 살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자 장씨는 등촌동에 있는 한 복지관 사회복지사의 도움을 받아 이 매장에 취업했다. 당시 한 번도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던 빕스는 채용을 주저했다고 한다. 일주일간 실습을 시켜본 뒤 장씨를 고용했다. 장씨가 정상적으로 일할 수 있을지 모두가 반신반의했지만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빕스의 전국 매장에는 20여 명의 장애인이 일하고 있다. 장씨의 사례를 지켜본 본사에서 장애인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것이다. 물론 모든 장애인이 장씨처럼 일반인 못지않은 능력을 발휘하는 건 아니다. 일부는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그러나 이 업체 이종건 사업부장은 "장애인이 자신의 능력을 100% 발휘하고 성실함을 유지하기 위해선 주변 동료들의 도움이 필요하고 점장이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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