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떠나는 커피황제 슐츠, 다음 목적지는 백악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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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하워드 슐츠

하워드 슐츠

황제가 떠난다. 세계 최대의 커피 제국인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64·사진) 회장이 26일 자로 회장과 이사직에서 물러난다.

26일 회장·이사직 모두 물러나 #77개국 2만8000개 매장 거느려 #민주당 잠룡 … “공직 등 여러 옵션”

슐츠는 4일(현지시간)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미국 시애틀의 첫 점포인) 파이크 플레이스 매장에 들어선 뒤 커피와 공동체의 세상에 빠져든 게 어제와 같다”며 “내 인생의 여정이 시작된 순간이었다”고 밝혔다.

슐츠는 스타벅스의 동의어다. 미국 시애틀의 작은 커피 전문점이던 스타벅스를 세계 최대의 커피 체인으로 키웠기 때문이다. 슐츠는 창업자는 아니다. 스웨덴 가정용품 생산업체 임원으로 일하다 커피 기계를 주문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마신 커피에 반해 1982년 마케팅 책임자로 합류했다. 이탈리아 출장길에 유럽의 커피 문화에 반한 그가 에스프레소를 판매하자고 회사를 설득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회사를 관두고 나와 86년 커피전문점 일지오날레를 직접 세웠다.

이듬해 380만 달러(약 41억원)에 스타벅스를 인수하며 슐츠의 성공 신화가 시작됐다. ‘스타벅스는 커피가 아닌 공간과 문화, 경험을 파는 기업’이라는 슐츠의 경영 철학은 세계인의 커피 소비문화를 바꿔놨다. 그 결과 스타벅스는 전 세계 77개국에 2만8000개의 매장을 가진 커피 제국이 됐다. 고급 커피 회사로는 처음으로 92년 주식 시장에 이름을 올린 뒤 스타벅스 주가는 최근까지 2만1000% 올랐다. 포브스에 따르면 슐츠의 순 자산은 28억 달러(약 3조원)에 이른다.

커피 황제의 다음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곳은 정계다.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공개 지지했던 그는 꾸준히 민주당 대선 후보군으로 거론됐다. 그는 이날 NYT와의 인터뷰에서 대선 출마를 고려하냐는 질문에 “다양한 옵션을 생각하고 있고, 공직을 포함할 수도 있다”며 정계 진출 가능성을 열어 놓는 모습을 보였다. 뉴욕 브루클린 빈민가에서 자란 그는 스타벅스를 경영하면서 인종과 성 소수자, 참전용사, 총기폭력, 학생 부채, 소외 계층 청소년 등 사회적 문제 해결에 많은 관심을 보여왔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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