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13 풍향계] “여그는 1번이제~” vs “누가 민주당 이뻐서 뽑는다요?”…광주의 복잡한 속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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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는 ‘민주당의 심장’이라 불릴 만큼 더불어민주당(전신 정당 포함)의 초강세 지역이다. 1987년 개헌 이후 민주당은 선거때마다 광주에서 싹쓸이를 계속해왔다. 그런데 광주의 민주당 독식 구도는 2016년 총선에서 깨졌다. 당시 안철수 공동대표가 이끌던 국민의당은 8개 지역구 전체를 휩쓸었다. 그런 광주는 2017년 5·9 대선에선 다시 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61.1%의 지지를 몰아줬다. 광주를 가장 잘 대변하는 후보라는 지역적 합의만 이뤄지면 표를 몰아주는 광주 특유의 전략적 투표였다.

6·13 지방선거를 일주일여 앞둔 지금은 어떨까. 지난 3일 광주 송정 5일장과 전남대 후문, 광산구 영광통 사거리 등을 돌며 현지 민심을 살폈다. 문 대통령에 대한 강한 지지는 여전한 듯했다.

“여그(여기)서는 문 대통령 잘 한다는 사람 많당게요. 암시랑도 뭐라 안 허요(군말 없이 지지함).”(이주영·56·자영업)
“대통령 보믄 짠해 죽겄어라. 남북관계 그런 거에 얼마나 머리가 아프믄 볼살이 그렇게 쪽 빠지겄소.”(장모씨·45·옷가게 운영)

이용섭 더불어민주당 광주 시장 후보가 3일 광주 광산구 영광통 사거리를 찾아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광산구는 이 후보가 18대·19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곳이다. [이용섭 후보 캠프 제공]

이용섭 더불어민주당 광주 시장 후보가 3일 광주 광산구 영광통 사거리를 찾아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광산구는 이 후보가 18대·19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곳이다. [이용섭 후보 캠프 제공]

하지만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와 민주당에 대한 평가는 구분해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았다. 이 후보의 연설을 듣던 과일가게 주인 심모(51)씨는 지지후보를 정했느냐는 물음에 한숨부터 쉬었다. 심씨는 검지를 들어보이며 “1번이제”라면서도 “누가 이뻐서 (민주당을) 뽑는다요? 국민의당이 여그를 싹쓸이 한 것이 엊그제 일인디 정신차리라고 하시오잉”이라고 했다. 광주 송정역 인근에서 후보들 유세를 지켜보던 A씨(56세·대기업 직원)는 “호남을 가장 잘 대변하는 정당을 선택한 결과가 지금까지 민주당이었을 뿐”이라며 “광주는 민주당이 제대로 못하면 지지를 금방 철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야당 후보들은 민주당 독점 구조로의 회귀에 대한 경계감을 파고들고 있다. 전덕영 바른미래당 후보는 이날 광주 송정 시장을 방문해 “바른미래당을 적극 지지해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이 잘못됐다는 신호를 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학 박사 경력을 앞세워 “안철수 서울 시장 후보와 함께 경제를 이끌어나갈 4차 산업혁명 적임자”라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전덕영 바른미래당 광주 시장 후보가 3일 광주 광산구의 송정 5일장을 찾아 선거 유세를 펼치고 있다. [전덕영 후보 캠프 제공]

전덕영 바른미래당 광주 시장 후보가 3일 광주 광산구의 송정 5일장을 찾아 선거 유세를 펼치고 있다. [전덕영 후보 캠프 제공]

하지만 바른미래당 간판인 안철수 후보에 대한 광주 민심은 다소 복잡해 보였다.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60대 한 시민은 2016년 총선에서 국민의당을 지지했던 광주의 민심이 돌아선 이유에 대해 “안철수가 갱상도로 가부렀잖어. 여기서 뽑아서 키워줬는디 철새처럼 가부러서 좋다는 사람이 없어”라고 말했다. 반면 슈퍼마켓 주인인 70대 한 시민은 “안철수가 아직 젊으니께 더 많이 싸워봐야 혀”라고 말했다.

정의당은 ‘대안 야당론’을 부각시키며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 나경채 정의당 후보는 이날 2030세대가 몰린 전남대 후문과 기아챔피언스필드 야구장 등을 찾아 “지역 정가 경쟁 체제를 위해 진보세력에 힘을 실어달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유세 현장을 지나던 택시기사 심중만(54)씨는 “당 신선도는 정의당, 당선 가능성은 민주당”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나경채 정의당 광주 시장 후보와 심상정 호남선대위원장이 4일 광주 양동시장을 찾았다. [나경채 후보 캠프 제공]

나경채 정의당 광주 시장 후보와 심상정 호남선대위원장이 4일 광주 양동시장을 찾았다. [나경채 후보 캠프 제공]

이번 시장 후보를 내지 못한 민주평화당을 향해서도 애증이 교차하는 듯했다. 익명을 요구한 70대 한 주부는“평화당을 외면할 수는 없다. 그래도 광주의 적통이니까 앞으로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겠다”고 했다.

광주=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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