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일대 또 당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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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해 9월 태풍 '루사'로 큰 피해를 본 강원도 동해안 지역의 일부 수재민은 수해 복구 공사가 채 마무리되기도 전에 태풍 '매미'의 내습을 받아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강릉시 월호평동의 경우 이번 폭우로 농경지가 물에 잠겨 2년째 피해를 보게 돼 농민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이곳에서 논 4천여평과 밭 2천여평을 경작하고 있는 조영수(62.여)씨는 "벼 수확을 불과 20여일 앞두고 농경지가 침수돼 지난해에 이어 또 농사를 망쳤다"고 한숨지었다. 지난해 수해로 집을 잃어 1년 넘게 5.5평짜리 컨테이너 임시 숙소에서 살고 있는 방관직(59.강릉시 장현동)씨는 태풍이 온다는 소식에 12일 오후 5시30분쯤 시내 여관으로 피신해 밤을 보낸 뒤 13일 아침에 숙소로 돌아왔다가 지난해 악몽을 다시 떠올려야 했다. 컨테이너 바닥에 높이 20㎝ 가량의 뻘이 들어찬 것이다.

방씨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비 피해가 계속되다 보니 이젠 비가 온다는 소식만 들어도 넌더리가 난다"고 말했다. 지난해 장현저수지 붕괴로 졸지에 마을 전체가 쑥대밭이 됐던 강릉시 장현동 43통 마을 주민들도 12일 밤을 뜬눈으로 보내야 했다. 태풍 매미의 영향으로 쏟아져 내린 폭우 때문에 장현저수지 아래 가설 흙막이 일부가 유실돼 마을로 물이 흘러들었기 때문이다. 한편 13일 오후 현재 강원도에선 8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으며, 가옥 37채가 물에 잠긴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강릉=홍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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