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밥 안먹어도 배고프지 않더라, 교도소서 알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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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억원대 뇌물수수와 350억원대 다스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4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2회 공판 출석을 위해 호송차에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110억원대 뇌물수수와 350억원대 다스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4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2회 공판 출석을 위해 호송차에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재판에서 구치소 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 도곡동 땅 소유관계에 대해서는 자신의 땅이 아니라며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이 전 대통령은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에 나와 “저는 제 건강을 지금까지 숨기고 평생을 살았는데, 교도소에 들어오니 감출 수가 없게 돼서 교도소에서 걱정한다”고 건강 상태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계속 재판에 나와야 하니 치료를 받으면서 나오는 게 좋을 것 같다”고 권고했고, 이 전 대통령은 “치료받으러 가면 세상은 ‘특별 대우를 했다’는 여론이 생길 것”이라며 “고통스럽긴 하다. 그래도 저는 될 수 있을 때까지 버텨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구치소에 와서 사람이 두 달 잠을 안 자도 살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밥을 안 먹어도 배가 고프지 않다는 걸 이번에 알았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통령 측은 당 수치가 높아 법정에 오래 앉아있기 힘들다며 그간 건강 문제를 토로해왔다. 앞서 이 전 대통령은 “재판부가 묻고 싶은 것이 있는 날을 제외한 기일에는 안 나가겠다”며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고, 재판부는 “이를 피고인 스스로 결정할 권한이 없다. 매 기일 출석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이를 명한다”고 질책한 바 있다.

이 전 대통령은 “될 수 있으면 바깥에 알리고, 차마 제 입으로 얘기하기가 싫다”면서 “제가 기피할 생각은 없다. 적극적으로 (재판을) 하고 싶은 사람”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이 자신의 땅이라고 주장한 도곡동 땅에 관해서는 “이번에 살펴봤더니 그 땅이 현대가 갖고 있던 체육관의 경계선과 붙어있는 땅이란 걸 알게 됐다”며 “제가 그래도 현대에서 7~8개 회사 대표를 맡아서 일하고 있었는데 어디 살 게 없어서 현대 땅에 붙은 땅을 샀겠느냐”고 주장했다.

그는 “이건 불가능한 일”이라며 “당시 압구정동이나 강남 개발이 이뤄지고 있어서 땅을 사려면 얼마든 다른 데에 살 수 있었다. 현대건설 재임 중에 내가 개인적으로 땅을 산 건 하나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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