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테러리스트 알카에다 포섭 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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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해 가을 보스니아 사라예보 외곽의 한 허름한 아파트를 경찰이 덮쳤다. 테러범들이 회동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이다. 그중에는 백인인 미르사드 벡타세비치(19)가 포함돼 있었다. 세르비아계 스웨덴인인 그는 무슬림으로 국제테러조직인 알카에다에 의해 포섭된 것으로 밝혀졌다.

알카에다 상층부와도 연계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자폭 테러를 위한 모든 준비를 마치고 거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목표는 유럽 내 이스라엘과 미국 시설이었다.

AP통신이 확보해 17일 공개한 미국과 크로아티아 정보당국의 252쪽 분량의 보고서는 백인 테러리스트 포섭 공작이 9.11테러가 일어난 2001년부터 시작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인 무슬림들을 테러 공작에 동원할 경우 서방의 경계망을 보다 쉽게 뚫을 수 있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아직 백인 무슬림이 자폭 공격에 나선 적은 없다. 하지만 보스니아의 안보장관 바리사 콜락은 "테러 지원자 모집과 포섭이 광범위하게 진행 중"이라며 "백인 무슬림에 의한 테러는 시간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슬람 과격세력은 유럽 이슬람 신자의 3분의 1인 800만 명이 거주하는 보스니아를 비롯한 발칸반도에 새로운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이 지역은 40%의 실업률로 현실에 분노하는 젊은이가 많다. 전쟁을 겪은 지역이라 무기를 구하기도 쉽고 국경 경비와 치안도 허술하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생산된 마약이 터키.알바니아를 거쳐 유입되고 있어 테러에 이용될 검은 돈도 엄청나다. 미래의 새로운 테러 중심지가 될 모든 조건을 갖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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