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만 남았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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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6호 34면

‘세기의 담판’이라 불리는 북·미 정상회담이 그 개최 여부를 둘러싸고 막바지 진통을 거듭하는 모양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간의 뉴욕회담이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끝내기 담판으로 관심을 모았지만 만족할 수준의 최종 합의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머리를 맞댈 수 있는 요건을 마련하는데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뤘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강하고(strong) (국제 사회와) 연결된(connected) 안전하고(secure) 번영한(prosperous) 북한의 모습을 상상한다”며 ‘SCSP’로 요약되는 북한 미래의 4대 키워드를 제시하기도 했다.

관건은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 #완전한 체제안전 보장 받으려면 #구체적 비핵화 조치에 속도 내야

그러나 폼페이오는 “북·미 정상회담이 정말 이뤄지느냐”는 질문에 “확답은 할 수 없다”고 했다. “북한으로부터 확실한 비핵화 약속을 받았나”란 물음에도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라며 “아직 많은 숙제가 남아 있다”고 답했다. 또 “어떤 일이 있더라도 미국 정부는 놀라지 않을 것이며 좌절하거나 겁에 질리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석하기에 따라선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되지 않더라도 의연함을 잃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특히 주목할 건 폼페이오가 김 위원장의 결단을 촉구한 점이다. 그는 “미·북이 합의에 이르려면 김정은 위원장의 과감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김 위원장이 그러한 결정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양국이 원칙적인 비핵화에 합의했을 뿐 그 이행 속도 등 구체적인 로드맵과 관련해선 아직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최단 시간 내 비핵화를 마무리하려는 미국의 일괄타결 해법과 조치마다 보상을 챙기려는 북한의 단계별 방안이 부딪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그제 평양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만나서도 “비핵화를 단계적으로 풀어나가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미국이 핵무기 반출과 같은 북한의 가시적인 비핵화 조치가 필요하다며 김 위원장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반면 북한은 반대급부로 한·미 연합훈련 축소와 미국 전략자산의 전개 중단 등과 같은 ‘행동 대 행동’ 원칙을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고 한다.

이런 차이점이 폼페이오-김영철 고위급회담을 통해서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 번의 회담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는 없다, 두 번, 세 번 만나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두 번의 회담으로는 북·미 사이에 존재하는 커다란 간극을 좁히기 어렵다는 현실 인식에 대한 토로가 아닌가 생각된다. 앞으로 비핵화 여정이 결코 녹록하지 않을 것임을 다시 일깨워준다.

결국 관건은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와 결단이다. 진정성이 있다면 빠른 시간 내 비핵화 행동에 나설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시간을 끌며 제재 완화 등 보상만 챙기려 한다는 국제적 의심만 사게 될 것이다. 김 위원장으로선 이번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로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체제 보장(CVIG)’을 얻어야 한다. ‘통 큰’ 결단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폼페이오 말대로 북·미 정상회담이 “역사적으로 다시 없을 기회”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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