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미혼모·불륜 뒤엉킨 복수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3면

남편과 아이들을 배웅하고 돌아선 주부들이 설거지를 잠시 미룬 채 습관처럼 보는 게 아침 드라마다.

그런 아침 드라마에 요즘 미혼모.불륜 등 자극적인 소재가 넘쳐난다. 평범한 일상에 지쳐 있는 주부들에게 흥미진진한(?) 간접 경험을 제공하자는 제작진의 심산 때문이다. 저질.선정 논란에도 불구하고 방송사마다 아침 드라마가 하나같이 10%대 중.후반의 높은 시청률을 보이는 건 다른 이들의 일탈을 엿보고 싶어하는 주부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일까.

SBS가 15일 시작하는 새 아침 드라마 '이브의 화원'(아침 8시30분 방송.사진)에도 미혼모와 불륜이 등장한다. 그뿐 아니다. 2대에 걸쳐 얽히고 설킨 복수극에다 백혈병에 걸려 죽는 아이까지 일일극이 동원할 수 있는 온갖 흥행 요소들을 한데 버무려 놓았다.

여기다 한 술 더 떠 등장인물들을 인테리어 회사 대표, 아로마 테라피스트, 허브 농장 직원 등으로 설정해 극의 줄거리와는 별개로 주부들에게 요긴한 정보까지 제공하겠단다. 마치 '이래도 안 볼래?'라는 식의 태세다.

연출자 조남국 PD는 "한 두달새 끝나는 미니시리즈와 달리 아침 드라마는 통상 5~6개월을 끌기 때문에 주부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 수 있는 자극적인 장치가 불가피하다"면서 "주인공들의 얘기가 다소 어두운 점을 고려해 조연급들의 성격이나 상황은 가능한 밝고 건강하게 설정해 극의 균형을 잡아나가려 한다"고 말한다.

'이브의 화원'은 대학시절 동현(김병세 분)을 둘러싼 지애(김성령 분)와 신영(나현희 분)의 사랑 싸움에서부터 줄거리가 풀려나간다. 신영은 거짓말을 동원해 연인 사이이던 동현과 지애를 헤어지게 만든 뒤 동현과의 결혼에 성공한다.

하지만 프랑스로 떠나 홀로 동현의 아들을 낳아 키우던 지애가 갑자기 귀국하고, 과거의 거짓말이 발각되면서 신영의 행복엔 금이 가기 시작한다.

이처럼 통속적이면서도 가슴 아픈 사랑을 연기하게 된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들뜬 표정이다. 결혼 이후 사극에만 단골로 출연하다 멜로는 처음이라는 김성령, 7년 전 결혼 뒤 드라마에 첫 출연하는 나현희, 3년간의 공백 끝에 얼굴을 내미는 김원준(지애를 사랑하는 준하 역)까지 다들 이 드라마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신예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