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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 농부 3년 새 112명 "우린 FTA 무섭지 않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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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흑돼지를 사육해 연간 수억대 매출을 올리고 있는 박영식 대표. 송봉근 기자

#4월 15일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전국 100여 개 단체 8000여 명의 농민.학생.노동자 등이 모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를 위한 시위를 하며 몸살을 앓고 있었다. 이들은 "FTA가 우리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날, 지리산 자락의 경남 함양군 유림면 대궁리. 이곳에서 흑돼지를 기르는 박영식(47)씨는 먹이를 주고 축사를 청소하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박씨는 흑돼지를 키워 지난해 6억2000만원어치를 팔았다.

박씨가 흑돼지를 키우기 시작한 것은 2003년. "지역 특성상 기온차가 커 육질이 다른 곳의 돼지보다 더 고소하고 쫄깃할 것"이라는 함양군청의 권유에 따른 것이다. 함양군청은 박씨에게 컨설팅 업체를 소개해 줘 흑돼지를 키우는 법을 가르치고 판로 개척을 도왔다. 3700여 마리를 키우는 박씨는 ㎏당 3100원에 내다 팔아 일반 돼지보다 20% 비싸게 받는다. 박씨는 지난해 2004년의 1억원보다 6배나 많은 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박씨는 "올 들어 돼지고기 수입이 늘어나고 있지만 FTA가 무섭지 않다. 우리 농산물도 품질경쟁력만 갖추면 얼마든지 FTA 공세를 헤쳐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돼지고기 수입은 올 3월 1만9830t으로 1월에 비해 50% 증가했다(농림부). 함양군에는 박씨 말고도 지난해 1억원 이상의 수입을 올린 농민이 112명이나 된다. 함양군청이 FTA에 대비해 경상대 등 대학과 함께 고소득 전략 작목을 선정한 뒤 농민들에게 '맞춤형 교육'을 실시한 것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같은 군의 서우식(48)씨는 지난해 피망을 개량한 파프리카를 재배해 1억500만원의 소득을 올렸다. 서씨는 "다른 농민들이 농산물 개방을 막아 달라고 정부에 요구하는 동안 우리는 품질을 높여 외국 농산물의 개방 파고를 극복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 억대 농부 3년 만에 4배 늘어=함양군에 따르면 1억원 이상 고소득 농가는 ▶2003년 25가구 ▶2004년 71가구 ▶2005년 112가구로 3년 만에 4배로 늘었다. 함양군에는 지난해 8000만~1억원 미만의 매출을 올린 '예비 억대 농부'도 61명이 있다. 농업기술원에 따르면 2005년 전국의 농가 가구당 평균소득은 3050만원이다.

◆ 함양군의 억대농부 프로젝트=함양군은 2003년부터 연 1억원 이상 소득을 올리는 농민 100명을 만들자는 운동을 해 왔다. 함양군은 전략 품목 선정→맞춤식 교육→마케팅 지원 전략을 짰다. 농가에 보조금을 주기보다 고소득 작물을 선정해 집중 지원했다. 군 관계자는 "경상대학의 토양분석 결과 이 지역의 기온 차가 큰데다 과일 당도에 영향을 주는 게르마늄이 풍부해 이를 바탕으로 흑돼지.파프리카.사과 등의 작목을 특화했다"고 설명했다. 유통.마케팅 지원도 뒤따랐다. 군청은 11개 읍.면이 대도시 아파트 부녀회와 자매결연을 해 직거래를 텄고, 무역업자들을 함양으로 초청해 판로를 도와줬다.

경상대 김병택(농업경제학) 교수는 "함양군의 사례는 지자체.농민.대학이 힘을 합쳐 부농을 일궈갈 수 있는 전형을 보여주는 것으로 FTA 체결에 맞서 우리 농촌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함양=김관종 기자<istorkim@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bksong@joongang.co.kr>

*** 바로잡습니다

4월 18일자 1면 '함양군 억대농부 3년 새 112명' 제목의 기사에서 '흑돼지를 기르는 박영석씨'는 '박영식씨'의 오기(誤記)이므로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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