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농구 우리은행 우승 키워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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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이 11일 장충체육관에서 벌어진 5전3선승제의 여름리그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타미카 캐칭(23득점.25리바운드.8어시스트)의 맹활약에 힘입어 삼성생명을 75-70으로 제압하고 3승1패로 패권을 안았다.겨울리그에 이어 두 시즌 연속 우승한 우리은행은 상금 3천만원을 받았고 캐칭도 최우수선수(MVP)를 연속 수상했다.우리은행 우승의 비결을 키워드로 짚어 본다.

▶캐칭=챔피언결정전을 앞둔 삼성생명 관계자들은 "정말 캐칭이 올줄은 몰랐다"며 당혹해 했다.캐칭은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인디애나 피버가 7월까지 13승10패로 잘 나가다 8월에만 3승8패로 부진해 플레이오프에 나가지 못하는 바람에 한국으로 올 수 있었다.캐칭은 공격 못잖게 수비에서 크게 공헌했다.삼성생명의 안 바우터스(1m93㎝)는 자신보다 10㎝나 작은 캐칭의 힘에 밀려났다.먼 거리에서 던지는 슛은 부정확했고 리바운드 포착 확률도 떨어졌다.

▶'무면허' 감독=박명수감독은 운전과 골프를 하지 않는다.운전은 공연히 여기저기 돌아다니게 될까봐,골프는 '시간 낭비'가 심해 배우지 않았다.박감독은 시간을 선수들에게 투자한다.하루 네차례 훈련을 거른 적이 없다.손님이 찾아와 저녁 식사 시간이 길어지면 불안해 한다.술을 마시고 늦게 잠들면 새벽 운동 시간을 놓칠 수도 있고 훈련에 대한 집중력도 떨어지니까.

▶넘버 3들=평범한 고교시절을 보낸 '맏언니' 조혜진은 1991년 고졸신인 등록마감 당일날 저녁에야 우리은행의 전신인 상업은행과 계약했다.이종애는 97년 해체된 SKC 시절 유영주(은퇴).김지윤(국민은행)의 유명세에 밀렸다.김나연.서영경이 있는데도 전문가들은 우리은행을 '가드없는 팀'으로 불렀다.그러나 이들이 모여 1등팀을 만들고 스타들이 되었다.

▶높이=우리은행은 꾸준히 팀의 대형화에 초점을 맞춰온 팀이다.캐칭이 가세한 우리은행은 이 '높이'에 힘이 더해졌다.캐칭이 주도하는 첫 공격에 실패해도 홍현희(1m91㎝).이종애.강영숙(이상 1m87㎝) 등이 2차공격에 들어가 높은 공격 성공률을 보였다.'높이'는 체력이 떨어진 후반에 더 큰 위력을 보였다.골밑으로 유도된 수비수들은 외곽슈터를 잡으러 나갈 여력이 줄었다.

▶장기집권=캐칭이 겨울리그에도 올지 미지수다.미국대표선수로 선발될 것이 확실한 캐칭은 겨울리그 기간 중인 2004년 2월 강화훈련에 소집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여자농구연맹은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제를 도입할 예정이다.우리은행은 캐칭 없이 우승해 보지 못했다.삼성생명엔 여전히 국가대표 선수들이 건재하고 조직력은 신세계도 우리은행 못지 않다.

▶삼성의 자멸=삼성생명 코칭스태프는 라이벌 구단과의 몸값 경쟁에서 이겨 바우터스를 영입했고 '최고의 센터'라고 자랑했다.그러나 캐칭이 우리은행에 복귀하자 "세계적인 선수에게 바우터스는 비교가 안된다"고 평가절하했다.정규시즌 15연승의 무적행진을 한 자신감은 사라지고 선수들은 열등감과 불안감 속에 결승전을 치렀다.삼성생명은 싸우기도 전에 마음 속으로부터 무너졌다. 허진석 기자

◇11일 전적

▶장충체

우리은행 14 16 31 14 75

(3승1패)

삼성생명 24 13 11 22 70

(1승3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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