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불출석 접고 “건강 허락하면 나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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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첫 정식재판에 출석한 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첫 정식재판에 출석한 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공동취재단

110억 원대 뇌물수수와 350억 원대 다스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명박(77) 전 대통령이 “기일마다 출석하라”는 재판부 뜻을 따르기로 했다. 이는 그가 재판부의 출석 명령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30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정계선) 심리로 31일 오전 10시 열릴 예정이던 이 전 대통령 공판기일은 다음 달 4일 오전 10시로 연기됐다. 이날 열리는 2회 공판은 지난 28일 이 전 대통령의 불출석으로 재판이 정식 개정하지 못하면서 연기된 재판이다.

이 전 대통령의 변호를 맡은 강훈 변호사는 이날 법조 기자단에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이 전 대통령께서는 몸이 불편해 법정에 나가 오래 앉아 있기 곤란하다”며 “그것을 이유로 재판을 연기해 달라는 것도 시비 소지가 있으니 불출석 상태로 재판을 진행해달라는 의미로 불출석 의사 표시를 했던 것인데 진의와는 달리 논란이 빚어진 바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판부의 의사가 출석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라면 건강이 허락하는 한 출석하고, 견디기 어려운 상황에는 퇴정 허가요청을 하겠다”며 “다만 현재 상태로는 내일 재판 출석이 힘들어 연기 요청을 했고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였다.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다음 주 기일에는 출석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대통령은 2회 공판을 사흘 앞둔 지난 25일 “재판부가 묻고 싶은 것이 있는 날을 제외한 나머지 기일에는 안 나가겠다”며 재판부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여기에는 서류 증거조사 등이 열리는 기일은 굳이 출석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며 자신의 건강상태를 고려해 ‘선별 출석’을 허가해달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피고인의 공판기일 ‘선별 출석’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형사소송법 276조(피고인의 출석권)는 피고인이 공판기일에 출석하지 않은 경우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재판을 시작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재판부는 “피고인이 증거조사 기일에 출석할 필요가 있는지 여부는 피고인 스스로 결정할 권한이 없다”며 “재판부는 매 기일 출석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이를 명한다”고 지적했다.

법원으로부터 재판 출석을 명령받은 이 전 대통령은 구치소에서 “건강 상태가 이 정도인 걸 이해 못 하는 것 아니냐”며 다소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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