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경력으로 채용된 소방공무원 87명 적발… 소방청, 임용무효·수사의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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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구소방본부에 경력직 구급대원으로 합격한 소방사 A씨(20대). 서류를 제출할 때 자신이 근무했던 민간이송업체 경력을 부풀렸다. 경력직 채용조건인 ‘2년 이상 경력’을 채우지 못해 허위로 근무 기간을 늘린 것이다. 이런 사실이 드러나 A씨는 임용 무효처분을 받게 됐다.

소방청은 허위경력으로 합격한 소방공무원 87명을 적발, 임용무효처분과 경찰 수사의뢰 등 조치를 취했다. 정부세종2청사 소방청 전경. [중앙포토]

소방청은 허위경력으로 합격한 소방공무원 87명을 적발, 임용무효처분과 경찰 수사의뢰 등 조치를 취했다. 정부세종2청사 소방청 전경. [중앙포토]

소방청은 최근 3년간 구급대원으로 채용된 직원 중 민간이송업체 경력으로 합격한 206명을 대상으로 조사, 허위 경력이 드러난 87명을 적발했다고 30일 밝혔다.

소방청, 최근 3년간 경력채용 합격 구급대원 206명 대상 조사 #근로계약서 미작성·출동기록지 부재 등 허위사실 무더기 적발 #조종묵 소방청장 "허위경력 응시 중대한 범죄 법령따라 조치"

허위 경력자 5명은 관계 법령에 따라 임용 무효처분을 내리고 82명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경찰 수사결과에 따라 임용 무효 등 후속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허위경력으로 합격한 경력직 가운데는 A씨처럼 근무경력을 부풀리거나 민간이송업체에 근무하지도 않고 근로자 명부에만 이름을 올린 뒤 해당 근무 기간을 경력으로 제출한 사례가 많았다. 민간이송업체의 요청을 받고 매달 2~6차례만 이송업무(일명 탕뛰기)를 하고도 이를 전체 경력으로 반영해 응시키도 했다.

 지난해 5월 부산 강서체육관에서 열린 부산소방공무원 신규채용 체력시험에서 응시자가 제자리 멀리뛰기 측정에 참여하고 있다. 이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중앙포토]

지난해 5월 부산 강서체육관에서 열린 부산소방공무원 신규채용 체력시험에서 응시자가 제자리 멀리뛰기 측정에 참여하고 있다. 이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중앙포토]

소방청은 경력직 합격자와 민간이송업체를 대상으로 조사를 벌여 근로계약서 미작성, 출동 기록지 부재, 소득금액 증명원과 급여 불일치, 통장 거래 없이 현금 지급 주장 등의 사실을 밝혀냈다.

지난해 부산소방본부에 경력직으로 합격한 소방사 B씨(30대)의 경우 경력 기간 2년 2개월 27일 중 7개월 29일이 경남 진주 소재 민간이송업체였다. 당시 B씨는 서울에서 소방공무원 채용시험을 준비하던 중이었다. 진주 근무가 허위였다.

B씨는“주 중에는 서울에서 시험공부를 하고 주말에는 (진주에서)행사 때 대기근무를 했다”고 주장했지만,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못해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

주위를 예방·경계하다가 사고가 발생하면 새매처럼 신속하게 날아가 소중한 인명을 구하고 힘차게 비상하는 소방청을 상징하는 심벌마크. [사진 소방청]

주위를 예방·경계하다가 사고가 발생하면 새매처럼 신속하게 날아가 소중한 인명을 구하고 힘차게 비상하는 소방청을 상징하는 심벌마크. [사진 소방청]

이와는 별도로 비정규직(기간제·단시간 근로자) 가운데 경력이 부풀려진 45명을 적발, 입증 가능한 근로시간만 경력으로 반영한 뒤 그동안 과다 지급된 급여를 환수할 예정이다. 이들의 경력(호봉)을 정정하고 징계절차도 진행키로 했다.

소방청은 재발을 막기 위해 서류전형 때 경력인정 범위와 산정기준을 구체적으로 알리고 근로계약서 제출 등 서류전형도 강화할 방침이다.

구급대원으로만 진행했던 허위경력 조사를 의료기관(의원)과 운전분야, 기술분야(전기·건축·통신·예방·항해·항공 등)로 확대, 다음 달부터 4개월간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조종묵 소방청장이 25일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뉴스1]

조종묵 소방청장이 25일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뉴스1]

소방청 홈페이지에 익명 제보 창구를 운영, 최근 5년(2013~2017년)간 발생한 허위경력 합격 사실을 조사할 예정이다.

조종묵 소방청장은 “허위경력으로 응시한 행위는 중대한 범죄로 관계 법령에 따라 조치하고 다른 분야도 조사할 것”이라며 “채용제도 정비 등을 통해 공정성을 바로 세우겠다”고 말했다.

세종=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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