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교포 여성 협박한 日극우 남성 입건…죽은 바퀴벌레로 위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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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사진은 지난해 8월 12일 한국과 일본 시민단체 회원들이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구 일대 야스쿠니(靖國) 신사 앞에서 촛불 행진을 벌이는 가운데 일본 우익 단체 회원들이 전범기인 욱일기(旭日旗)를 들고 욕설을 퍼부으며 집회를 방해하고 있는 모습. 오른쪽 사진은 재일교포 3세인 최강이자씨가 2017년 6월 혐한시위에서 항의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왼쪽 사진은 지난해 8월 12일 한국과 일본 시민단체 회원들이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구 일대 야스쿠니(靖國) 신사 앞에서 촛불 행진을 벌이는 가운데 일본 우익 단체 회원들이 전범기인 욱일기(旭日旗)를 들고 욕설을 퍼부으며 집회를 방해하고 있는 모습. 오른쪽 사진은 재일교포 3세인 최강이자씨가 2017년 6월 혐한시위에서 항의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일본에서 재일 한국인 여성에게 혐한(嫌韓) 발언을 한 50대 남성이 경찰에 입건됐다. 피해 여성은 소셜미디어네트워크(SNS)를 통해 ‘손도끼를 사올 예정’ ‘조선은 죽어라’ 등의 발언을 들었다.  이 남성은 혐한 발언에 그치지 않고 죽은 바퀴벌레를 이 여성이 일하는 회사에까지 배송해 자살 충동에 이르는 정신적 피해를 입혔다.

도쿄신문은 일본 가와사키 경찰서가 지난 18일 트위터에서 재일 한국인 3세인 최강이자씨에게 혐한 발언을 한 혐의(협박)로 우익 남성 A씨(50)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5일 보도했다.

최씨의 변호사는 A씨가 ‘극동의 메아리’라는 익명의 계정을 사용해 2016년 8월과 2017년 4~5월 최씨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조선은 죽어라” “정원의 나무에 사용하는 손도끼를 사올 예정” 등의 글을 올리며 위협했다고 밝혔다. 또 최씨의 변호사는 A씨가 SNS에서 혐한 발언을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최씨에게 벌레 사체를 보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내놨다. 지난해 8월 최씨가 근무하는 회사에 바퀴벌레와 모기 사체가 배달됐는데, 다음달 A씨는 트위터에 “사체를 보낸 이는 누구인가”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피해자 최씨는 일본 사회에서 혐한 시위를 해온 재일 한국인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일본에서는 2년 전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ㆍ특정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ㆍ혐오 발언)억제법이 시행됐지만 경찰이 인터넷 상의 헤이트 스피치에 대해 협박 혐의를 인정한 것은 법시행 이후 처음이다.

최씨의 변호사는 “인터넷에서 차별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강력한 경고가 될 것”이라며 A씨의 입건으로 인한 억제효과를 기대했다.

최씨는 전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인터넷 글이 언제 현실이 될까 두려워 가족과 영화관에도 가지 못했다. 삶을 포기하고 싶어지는 순간도 있었지만 무책임하게 차별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성공 체험이 될 수는 없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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