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한국서 김 위원장 인기 높아져” 김정은 “다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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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2차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2차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6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2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앞으로 김 위원장과 함께 남북의 평화와 번영을 이뤄 나가기를 바란다”며 “그러기 위해서라도 조·미(북·미) 정상회담이 반드시 성공하기를 기원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 “조·미 회담 성공 기원” #북·미 회담 대신 북한식 표현 사용 #김정은, 헤어질 때 서구식 인사 #볼 맞대며 좌우 번갈아 세 번 안아

문 대통령은 이날 판문점 북측 지역인 통일각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조·미 정상회담이라는 아주 중요한 회담을 앞둔 시기에 (남북이) 함께 협력해 나간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보여 준다는 차원에서 오늘 만남이 뜻깊다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북·미 정상회담 대신 조·미 정상회담이라는 북한식 표현을 썼다. 김정은도 “북남 문제 등 중요한 문제에 (대해) 우리가 앉아서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고, 또 진지한 자리에 나와서 논의를 하자고 했는데 오늘 실제적으로 대화가 이뤄졌다”며 “아주 많은 사람들한테도 깊이 대화를 한다고 하면, 보다 많은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고 우리가 각자 책임과 본분을 다해서 해야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 달 만에 다시 만난 두 정상은 서로 격의 없는 농담을 주고받았다. 김정은이 “대통령께서 북쪽을 이렇게 찾아왔는데, 처음이 아니다”며 “4·27 때도 외신들이 꼽아놓은 명장면 중의 하나가 10초 동안 깜짝 (북쪽으로) 넘어온 것”이라고 말하자 참석자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지난 정상회담 당시 문 대통령이 김정은의 권유로 10초간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 땅을 밟은 상황을 가리킨 말이다.

문 대통령도 “우리 김 위원장님은 한국에서도 아주 인기가 높아졌고 아주 기대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정은은 웃으면서 “다행이다”고 맞장구친 뒤 “평양과 서울이 더 가까워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26일 열린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작성한 방명록. [연합뉴스=사진 조선중앙TV 캡처]

지난 26일 열린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작성한 방명록. [연합뉴스=사진 조선중앙TV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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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은 회담에서 문 대통령에게 “이번에 좋은 자리에서 제대로 된 의전차량으로 맞이해야 하는데, 장소도 이렇고 또 사전에 비공개 회담 하고서 제대로 모셔야 되는데 잘 못해 드려 미안한 마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김정은과 함께 북한군 사열을 하지 않고 김정은 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영접을 받아 통일각 로비에서 김정은을 만났다. 다만 문 대통령이 통일각 안으로 이동할 때는 북한 군인들이 양옆으로 도열해 있고, 빨간색 카펫이 바닥에 깔려 있었다.

문 대통령은 이에 “제가 가을에 평양에 가는 약속이 돼 있는데, 그때 평양을 방문해서 제대로 대접받는 것도 큰 의미가 있지만, 또 남북 정상이 이렇게 쉽게 ‘만나자’ ‘좋다’해서 판문점에서 만났다는 것도 남북 간에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짧은 시간이지만 북측도 곳곳에 신경을 쓴 흔적이 묻어났다”며 “지난번 통일각 실무회담 때는 못 본 그림들이 새로 걸렸다”고 설명했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북측이 주요 장소마다 걸어 두는 백두산과 칠보산 그림들이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이날 문 대통령과 김정은이 정상회담을 한 장소엔 백두산 그림이 걸려 있었다. 백두산 정상인 천지와 주변 봉우리를 함께 그린 6폭 병풍이었다. 김정은은 두 시간에 걸친 정상회담을 마친 뒤 문 대통령과 헤어지면서 서구식 인사를 했다. 서로의 볼을 맞대고 세 번 인사를 나누는 인사법은 김정은이 스위스에서 유학한 경험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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