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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정상회담 하루 뒤 보도하자 했나…‘속보’ 없는 北 매체들

중앙일보

입력

2차 남북정상회담 결과 발표하는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전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가진 제2차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단]

2차 남북정상회담 결과 발표하는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전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가진 제2차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단]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기자회견 말미에 “공통적으로 갖고 있을 의문에 대해 한 가지만 말씀드리겠다”면서 전날 남북정상회담 논의 내용을 왜 이날 발표하게 됐는지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며 “북측의 형편 때문에 오늘(27일) 보도할 수 있다면서 우리도 오늘 발표해줬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어제 회담 사실만 먼저 알리고, 논의 내용은 오늘 이렇게 발표하게 됐다는 점에 대해 양해 말씀 구한다”고 덧붙였다.

5월26일 남북 정상회담 보도한 북한 노동신문 1면. [노동신문 캡쳐]

5월26일 남북 정상회담 보도한 북한 노동신문 1면. [노동신문 캡쳐]

문 대통령이 언급한 '북측의 형편'이란 북한 매체의 보도 관행을 말한다. 북한의 주요 매체는 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인데, 모두 당 선전선동부의 감독하에 제작된다. 속보라는 개념이 존재하기 어려운 시스템이다. 북한에서 ‘보도 일꾼’이라 불리는 기자들이 기사를 작성하면, 당 선전선동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기에 시간이 걸린다. 김정은 위원장에 관련된 소식이면 이 절차는 더 까다로워진다. 당 선전선동부는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5월26일 남북 정상회담 보도한 북한 조선중앙통신 기사. 김정은 위원장의 이름(빨간 원 안)만 굵은 글씨로 표기한 것을 볼 수 있다. [조선중앙통신 캡쳐]

5월26일 남북 정상회담 보도한 북한 조선중앙통신 기사. 김정은 위원장의 이름(빨간 원 안)만 굵은 글씨로 표기한 것을 볼 수 있다. [조선중앙통신 캡쳐]

27일 노동신문 1면과 조선중앙통신 톱 기사로 실린 남북 정상회담 보도는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았다. 각각 ‘평양 5월 27일발 조선중앙통신’ ‘본사(노동신문) 정치보도반’이 작성했다고 표기했지만, 내용은 당에서 지시한 바를 그대로 실은 셈이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은 양측이 합의한 공동보도문도 내지 못할 만큼 긴박한 상황에서 열렸다. 북한 내부에서도 회담 후 보도 내용의 수위와 사진 공개 여부 등을 놓고 토론에 시간이 걸렸을 수 있다.

이번만이 아니라 북한 매체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활동 상황을 전하면서 '신속 보도'는 최우선 고려 사항이 아니다. 적어도 하루 이상은 묵혔다 보도하곤 한다. 김정은 위원장의 현지지도 등을 보도하면서 날짜를 적시하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간ㆍ장소 등을 적시하는 언론 보도 원칙과는 거리가 멀다. 김 위원장의 신변 안전을 위해 동선을 밝히지 않는다는 의미도 있다. 김정은의 이름을 적을 경우 볼드로 굵게 표시하거나 아예 더 큰 글자를 써서 강조하기도 한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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