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주한미군 주둔비용 5조원 넘어…일본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아

중앙일보

입력

주한미군 장병이 경기도 평택시 미8군사령부 캠프 험프리스 앞을 지나고 있다. [뉴스1]

주한미군 장병이 경기도 평택시 미8군사령부 캠프 험프리스 앞을 지나고 있다. [뉴스1]

한국 정부가 주한미군의 주둔 비용으로 한 해 5조원 이상을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식적으로 미국에 지원하는 방위비분담금(SMA)에 주한미군 주둔과 관련해 직ㆍ간접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을 합한 금액이다. 특히 미군의 주둔 규모로 따지면 한국이 내는 주한미군 주둔비용이 일본이 쓰는 주일미군 주둔비용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국방연구원 유준형 선임연구원이 2015년을 기준으로 분석해 24일 ‘제10차 방위비분담금 협상, 쟁점과 과제’ 세미나에서 발표한 결과다. 이 세미나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경협 의원실이 주관했다.

유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주한미군 주둔비용은 한국 정부가 재정지출을 통해 지원하는 직접 지원과 재정지출을 통하지 않는 간접 지원으로 나뉜다. 여기에 용산기지의 평택 이전 사업, 반환기지 토양 오염정화 등 한시적으로 지원하는 비용도 실제 사용처가 주한미군 주둔에 연결된다는 점에서 주한미군 주둔비용에 포함된다.

유 선임연구원이 계산한 2015년 직접지원은 2조4279억원이었다. 방위비분담금은 9320억원이었다. 또 카투사(KATUSA) 지원(98억원), 사유지 임차료(82억원), 기지주변 정비(1조4623억원) 등이 직접비용으로 지불됐다.

간접지원 총액은 9589억원이었다. 구체적으로 보면 무상공여한 토지의 임대료 평가액, 카투사 기회비용(카투사 병력이 미군이었을 경우 미군이 추가로 부담하는 비용) 등은 8277억원이었다. 또 각종 세금 면제와 감면 비용이 1312억원이었다.

경기도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 캠프 험프리스는 동북아시아에서 제일 큰 미군기지다. [연합뉴스]

경기도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 캠프 험프리스는 동북아시아에서 제일 큰 미군기지다. [연합뉴스]

여기에 기지이전 사업에 투입한 한시적 비용(2조695억원)을 더하면 2015년 한 해 정부의 주한미군 주둔비용은 5조4563억원으로 집계됐다. 2015년 국방예산은 37조4560억원이었다. 따라서 그해 정부는 국방예산의 15% 규모에 해당하는 비용을 주한미군에 쓴 게 된다.

유 선임연구원은 2015년 기준으로 한ㆍ일의 미군 주둔비용을 비교했다. 한국의 주한미군 주둔비용은 일본의 주일미군 주둔비용(6조7757억원)의 80.5% 수준이었다. 그러나 주한미군(2만834명ㆍ2015년 기준) 규모는 주일미군(6만2108명)의 45.1%에 불과했다. 유 연구원은 “주둔하는 미군 규모로 따지면 한국은 일본보다 미군 1인당 더 높은 수준으로 주둔비용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한 이유는 현재 제10차 방위비분담금 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정부의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한국은 미국이 안보를 지켜주는 대가로 너무 적은 돈을 주고 있다”며 사실상 방위비분담금 인상을 요구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 18일 “우리 정부는 방위비분담금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미군을 직ㆍ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점을 미측도 부정하지 않고 있다”며 “다만 우리측이 생각하는 항목이나 평가방식의 정확성에 대해 미국이 이견을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