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대표 내각제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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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내각책임제 개헌 논의가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민정당의 윤길중 대표위원은 7일 밤 필리핀·일본 방문을 마치고 귀국, 회견하는 자리에서 내각책임제 개헌을 공론에 부칠 시기가 왔다고 내각제에 대한 논의를 계속할 뜻을 강력히 시사했으며 이에 대해 김대중 평민당 김영삼 민주당 총재는 8일 오전 각각 가진 기자회견에서 내각제 개헌이 집권 연장 기도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민정당내에서 고위 당직자들이 내각제에 강력한 집착을 보이고 있으며 김종필 총재 등 공화당 측이 호응하고 있어 개헌 논의가 재연되고 올림픽이후 본격 거론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날 회견에서 김대중 총재는 최규하 전 대통령의 국회출석 증언을 강력히 요구했으며 김영삼 총재는 물가대책을 시급히 강구하라고 촉구하는 등 복중 기자회견 경쟁을 벌였다.

<올림픽 끝난 후 연정검토. 윤길중 민정대표>
윤길중 민정당 대표위원은 8박 9일간의 필리핀·일본 방문을 마치고 7일 밤 귀국, 공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중심제는 기본적으로 대통령이 되고자하는 사람 스스로 카리스마가 되거나 주위에서 그렇게 만들기 위해 카리스마를 조작하는 정치』라고 말하고 『이제는 평화적 정권교체도 되고 직선제 경험도 했으니 헌정체제를 냉정히 다시 생각해야한다』고 내각제 개헌론을 다시 거론했다.
윤 대표는 『내각제 소신을 주장하는 내가 설 땅이 없으면 물러나겠다』고 강력한 추진의사를 거듭 밝혔다. <관계기사 3면>
윤 대표는 또 연정에 대해 『대 연정이든, 소 연정이든 의원내각제를 전제로 하면 이제 생각해볼 시점에 왔다』고 말하고 『그 시기는 올림픽이 끝난 연말쯤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표는 자신의 내각제 발언이 『내각제 개헌을 제안한 것이 아니라 평생 소신을 밝힌 것』이라며 『그 누구와도 사전 협의는 없었다』고 해명하고 『이제 여당보다 야당이 이니셔티브를 쥐고 내각제를 적극적으로 고려해야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윤 대표는 내각제 개헌의 시기에 대해 『국민이 직접 뽑은 현 대통령의 임기는 보장돼야하므로 임기가 끝날 때쯤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윤 대표는 『연정과 관련해 김영삼씨나 김종필씨를 구체적으로 거론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하고 야당과의 정책연합을 거론한 김윤환 총무의 일본 발언도 『크게 봐서 연정을 얘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개헌논의 정국안정 저해. 김대중 평민 총재>
【낙산=고도원 기자】김대중 평민당 총재는 8일 『광주특위는 최규하 전 대통령을 김대중과 함께 반드시 증인으로 채택해야한다』고 말하고 『특위 대표를 최 전 대통령에게 직접 보내 증언협력을 요구하고 최 전 대통령의 태도를 신속히 확인함으로써 서면에 의한 증인 소환절차 등에 따른 시일 천연을 막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총재는 이날 하계 휴양차 묵고 있는 낙산비치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최 전 대통령의 증언 결과에 따라 필요하다면 전두환 전 대통령 역시 증언대에 서야할 것이며 우리 당은 이 일을 기필코 관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견요지 2면>
김 총재는 최근 일고 있는 내각제 개헌론과 연정문제에 대해 『이는 국민을 업신여기는 행위로 지금 시기에 논의할 일고의 가치조차 없다』고 말하고 『올림픽을 앞둔 마당에 이 문제를 자꾸 거론하는 것은 오히려 정국의 안정만을 해칠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남북 국회회담에 언급, 『북한당국은 우리가 제시한 남북 국회회담 준비회담 수락을 지체없이 결정해주기 바란다』고 촉구하고 『그래야 올림픽 개최에 대한 남북협력문제도 실기하지 않고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8·15 남북 학생회담이 성사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하고 『정부는 학생회담이 비정치적인 것에 한정한다면 적극적으로 고려해 보겠다고 했고 학생 또한 회담의제를 제한할 용의가 있음을 표명한 만큼 양자간 대화를 통해 남북 국토종단순례와 체육대회 개최문제로 의제를 국한해 타협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올림픽기간중의 정치휴전문제에 대해 『우리 당은 올림픽 성공을 진심으로 바라고 있기 때문에 국회 특위운영 등 모든 정치적 활동이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와 상치되지 않도록 운영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변칙적인 정국 주도속셈. 김영삼 민주총재>
김영삼 민주당 총재는 8일 오전 민정당 측이 연정 및 내각제 개헌필요성을 잇따라 제기한데대해 『민정당이 변칙적으로 정국을 주도하려는 술책에서 나온 것이며 나아가 집권연장기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난했다.
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히고 『5공 비리와 광주특위활동 등에 집중된 국민적 관심과 비난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기만적 행위』라며 『이는 야당분열의 저의로 보이며 올림픽 이후 신임투표정국을 파행적으로 운영하려는 책략』이라고 말했다.
김 총재는 『민정당 측은 4당 체제를 가능케 한 총선 민의를 겸허히 받아들여야할 것』이라고 말하고 변칙적으로 정국을 운용하려는 자세에서 벗어나라고 말했다.
김 총재는 또 물가 및 주택가격상승에 대해 『최근의 물가상승 문제는 아주 심각하며 올림픽 이후를 상정할 때 정국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하고 『무엇보다 정권유지비용·부실기업지원 등 물가상승 요인들에 대한 진상을 규명해 시급히 물가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총재는 『지난 7월말 현재 4·9%의 물가상승, 아파트 등 주택가격 폭등으로 봉급생활자나 임금근로자가 가만히 앉아서 감봉처분을 당하고 있다』고 말하고 『물가문제를 수습하지 못할 때 경제·사회안정은 물론 정치안정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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