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스는 MB 것’ 진술 공개되자 “나도 모르는 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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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억 원대 뇌물수수와 350억 원대 다스 자금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첫 정식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중앙포토]

110억 원대 뇌물수수와 350억 원대 다스 자금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첫 정식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첫 정식 재판이 열린 23일 검찰이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가 이 전 대통령 소유라는 결론을 뒷받침할 그간의 수사 결과를 집중적으로 공개했다. 이 전 대통령은 재판이 끝나자 “내가 오늘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아네”라며 검찰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전 대통령의 1회 공판에서 검찰은 다스의 경리팀장을 지낸 채동영씨, 전직 다스 총무팀 직원인 김모씨, 이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은 다스 회장의 운전기사였던 김종백씨가 검찰 조사에서 내놓은 진술을 공개했다.

검찰에 따르면 채씨는 참고인 조사에서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경영상황을 보고받는 것을 여러 차례 직접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채씨는 또 자신이 경리팀에 재직하는 동안 연말에 한 차례 이 전 대통령을 위해 A3 용지에 경영성과를 담은 보고서를 직원들과 함께 작성했다고 진술했다.

아울러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140억원 투자금 반환 문제와 관련해 서류에 사인하며 김백준 전 총무비서관에게 “사인하면 140억 받을 수 있는 거야?”라고 윽박지르듯 이야기하는 것도 직접 목격했다고 채씨는 진술했다.

전직 다스 총무팀 직원인 김씨는 “이상은 회장이 영입한 인사가 한 명도 없을 정도로 역할이 없었고, 사실상 ‘바지회장’이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을 ‘왕회장’이라고 지칭하며 주기적으로 경영을 보고했다는 내용도 김씨의 진술 조서에 담겼다.

이 전 대통령의 변호인은 채씨의 진술에 대해 “내용이 대부분 전해 들은 것이거나 추측성”이라며 “10년 전 경험한 사실을 정확히 진술한 건지, 추측한 건지 신빙성에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통령은 재판이 모두 끝나자 변호인들에게 “수고했습니다”라고 인사했다. 앞줄에 자리한 지인들을 향해서는 “내가 오늘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아네, 나도 모르는…”이라며 불만 어린 모습도 보였다.

이재오 상임고문은 법정을 나가려는 이 전 대통령에게 “건강이 어떠시느냐”고 물었고 그는 “좋지 않다”고 답했다. 실제로 이 전 대통령은 재판 도중 “30~40분마다 한 번씩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되는 사정이 있다”며 재판부에 직접 휴정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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