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북미회담 성사는 되겠지만 밀당은 계속될 것"

중앙일보

입력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2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 결과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6월 12일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앞서 열린 단독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여건이 충족 안되면 북·미 정상회담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데 대한 입장 격이었다.

 윤 수석은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에 대한 북한의 의지를 의심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고도 소개했다. 북한이 “미국이 일방적 핵 포기만 강요할 경우 북·미 정상회담을 재고려할 수 있다”(16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 담화)고 위협한 데 대해 문 대통령이 해명을 한 셈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의구심이 해소됐는지는 미지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회담이 열리지 않을 수 있다고 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의 설득으로 의견을 전향적으로 바꾼 것이냐’는 질문에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열리도록 하자는 데에는 트럼프 대통령도 전혀 이견이 없었다”면서도 “서로 보는 관점이 조금은 다를 수 있다”고 답했다.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되기를 바란다는 점에서는 한·미 정상의 의견이 일치하지만, 그것이 실제로 가능할지에 대해선 두 정상의 생각이 다를 수도 있다는 뜻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무산 가능성 언급은 기자들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모든 것이 진행중이고 실제로 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준비 상황이 어떠냐’고 질문한 것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문 대통령을 수행한 정 실장은 미국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북·미 정상회담이)99.9% 성사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적으로는 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을 평가했지만, 미국으로선 믿기 어려운 북한을 자꾸 믿어도 된다고 한국이 보장하는 데 대한 우려도 이 때문에 나온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22일(현지시간)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지나치게 자처할 경우 한·미 동맹의 균열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그럼에도 북·미 정상회담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대다수의 전망이다. 북한의 무산 위협이나 트럼프 대통령의 연기 가능성 언급은 줄다리기 성격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기 및 취소 가능성 카드를 꺼낸 것은 성과가 없는 회담은 진행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오히려 제대로 된 회담을 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드러낸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김정은의 안전을 보장한 것이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그간 제기해온 불만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답을 준 것”이라며 “북한이 원하는 부분도 타협할 여지가 있다고 문을 열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북·미 정상회담까지 가는 길은 순탄치 못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선(先)비핵화 후(後)보상’이라는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준 것인데, 북한이 이것까지 못받으면 그냥 회담 판을 깨버리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정은은 일괄타결을 받는 형식을 취하면서도 그 안에서 단계를 쪼개려 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핵 물질의 이전처럼 예민한 문제에서 기싸움이 벌어지거나, 연합훈련 중단 등 북한이 원하는 한·미 동맹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을 보상안에 포함시키는 문제를 두고 중국까지 끼어들어 복잡한 밀고 당기기가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수진·유지혜·윤성민 기자 wisepe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