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위험선에 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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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요즘의 물가는 백약이 무효처럼 급등하고 있다. 정부는 보다 강력하고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동안 이곳저곳에서 물가불안요인이 발생하거나 각종 물가가 오르면 대증 요법으로 다스려왔으나 물가오름세를 잡지 못했다.
올들어 7월말까지 소비자 물가가 거의 5%에 이르러 연말억제 목표선 6∼7%를 위협하고 있으며 이 추세로 간다면 올해 물가상승률은 두자리 숫자를 넘을지도 모른다.
만일 물가가 두자리 숫자만큼 오른다면 그 파장은 자못 심각해진다.
경제안정기반이 흔들리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심리적 파급까지 계산하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의 소용돌이를 맞게될 것이다. 투기열풍, 한탕주의, 소득계층간의 갈등, 사회불안 등 부작용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지금의 물가상승요인은 복합적이어서 문제가 크다. 가장 큰 요인은 물론 통화사이드에 있다. 국제수지 흑자폭이 확대되어 해외부문에서 통화가 계속 풀려 시중에 돈이 넘치니 수요압력이 대단할 수밖에 없다. 지난 양대선거때 푼돈 역시 그 후유증이 남아있고 노사분규에 따라 인상된 임금도 시중에 구매력으로 가세했다. 외국으로부터의 핫머니(투기자금)의 유입도 증가세다. 올해 총통화증가율 억제선이 18%인데 올들어 계속 매달 18%를 넘었으며 7월에는 19%에 달했다.
앞으로도 추곡매입이 있고 복지지출과 각종 공약개발사업을 위한 1조원규모의 추경편성 등 재정쪽에서 돈은 더 풀리게 되어있다.
부동산대책도 미흡하여 부동산값은 고삐물린 말처럼 폭등하여 투기현상이 전국적으로 만연되고 있다. 일시적 수급불균형과 계절적 요인 때문에 일부 농산물 값이 치솟고 있으며 개인서비스 요금 역시 자율화의 틈을 타 크게 올랐다.
공산품가격 역시 원자재 가격상승과 고임으로 인상요인을 반영하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올림픽으로 들뜬 분위기에서 소비무드가 고조되고 올림픽 이후 정치, 경제적 불확실성 때문에 환물심리까지 팽배해져 인플레심리를 더욱 부채질 하고 있다.
물가고속에 서민생활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으며 근로자들은 노사분규의 진통을 겪으면서 어렵사리 올려받은 임금의 실질가치를 잠식당하여 애쓴 보람이 반감된다.
지금의 물가국면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생필품, 공산품, 서비스요금, 부동산, 공공요금의 안정을 위한 강화된 대증적 노력도 필요하지만 금융, 재정, 산업, 무역과 세제의 정책을 망라한 종합적인 안정화시책강구와 인플레심리의 진정이 절실하다고 본다.
정부는 통일안정 증권발행 확대로 수요압력을 완화하려하고 있으나 이같은 방식이 현재의 통화문제 해결에는 역부족인 것이 증명된만큼 이와 병행하는 또다른 정책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환차와 금리격차로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적극적인 해외투자를 유인해야하고 외채도 갚아야하며 증시와 부동산을 오가며 떠다니는 돈이 산업자금화 할 수 있도록 흐름을 잡는 노력이 긴요하다. 재정도 절도가 요구되며 산업의 서비스업 집중투자동향은 훗날의 물가불안이 되기 때문에 관심을 가져야 된다.
원임절상 가속은 원론적으로 국제수지균형과 통화안정의 효과가 있지만 지금 상황으로는 외채상환과 해외투자기피는 물론 「밀어내기」수출을 조장, 국제수지 흑자폭을 확대시켜 통화문제를 더욱 어렵게 할 가능성이 많다. 경제안정이 바로 복지인만큼 경제안정을 위한 강력한 종합대책을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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