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강사의 급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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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학의 시간강사는 대학의 전임교수가 되기 위한 예비교수다. 은발의 노교수도 20∼30년전에는 대학강좌 하나를 따내기 위해 동분서주했을 터이고 쥐꼬리만한 강사료를 쪼개어 책을 사고 생계를 꾸려나갔을 것이다. 학문을 직업으로 선택할 때 현실적 목표는 대학의 전임교수가 되는데 있고 그 목표에 이르기까지 고심참담한 시간강사의 생활은 강요되게 마련이었다. 그것이 학문하는 사람의 길인줄 알았고, 가난이 선비의 미덕인 것으로 받아들여졌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시대가 달라지고 주변의 온갖 여건이 나아졌음에도 시간강사의 형편만은 예나 지금이나 나아진게 없다. 오히려 상대적 빈곤감만 커졌을 뿐이다. 1시간 강의를 의해 적어도 3시간 이상의 준비를 해야겠지만 그 댓가는 7천여원이다. 주당평균 각의시간이 5·3시간이면 월소득 20만원이 되질 않는다.
석사학위를 받고 박사과정이 끝나려면 빨라야 4년, 전임자리를 얻기까지 5∼6년, 합쳐 10년동안 이 박봉의 고달픈 「대학가의 파출부」생활은 계속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꼭 전임교수가 된다는 보장도 없다. 전국 대학교육자의 40%인 2만여명의 강사들이 지금 이런 형편에 처해 있다. 그 형편이 워낙 딱해서 『학자가 공부나 할 일이지 돈타령은…』하고 나무랄 입장강이 되지 않는다.
이들이 4일 모여서 전국강사협의회를 만들고 생존권을 호소했다. 이들의 요구는 자연스럽게도 강사료 인상과 신분상의 보장에 있다. 연구를 위한 최저생활비의 보강과대학교수의 담당자임을 확인해줄 수 있는 신분상의 보장을 요구하고있다.
학문연구자에게 있어서 30대의 나이는 가장 연구열이 왕성할 때다. 학자의 황금기를 생활고로 탕진한 뒤 그가 교수가 되었을 때 올바른 학자로서의 위치를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
게다가 운동권학생들의 불안요인이 항시 잠재되어있는 오늘의 대학속에서 시간강사들의 집단적 불만이 또다른 형태로 표출될 때 대학행정은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말려들 수도 있다. 따라서 강사들의 처우개선은 이번 2학기가 시작되기 전 마무리되어야할 급한 과제가 되었다.
먼저 단기적 처방으로 들수 있는 방법은 강사료의 인상이다. 최저시간당 1만5천원 이상의 수준으로 인상해야한다.
그다음, 전국대학의 현재 전임확보율 68%를 80%이상으로 올려야한다. 법정정원 80%이상 확보율의 대학은 전국에서 불과 19%일 뿐이다. 지방의 어느 치과대학은 전임교수확보율이 20%를 밑돌고 있다.
특히 사학재단이 전임교수 확보를 기피하는 이유는 1명의 전임교수 급료로 6명의 시간강사를 채용할 수 있다는 경영관리적 계산 때문이다.
끝으로 장기적 처우개선책이 제도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대학의 역사와 전통을 가장 오랫동안 지녀오고 있는 독일의 사강사(Privat Dozent)제도도 좋은 참고가 될 수 있다. 교수자격증을 취득하고서도 전임교수가 되지 못할 때, 강사자신이 강좌테마를 선정해서 대학본부에 신청한다. 대학은 그 강좌를 커리큘럼에 넣은 다음 대학조교를 통해서 학생들에게 그 강좌의 특성을 소개해준다. 강사는 수강신청한 학생수에 비례해 강사료를 받게 된다.
강의 내용이 좋으면 학생수가 많아지고 강사수입은 자연히 높아진다. 우리현실에 맞춰 원용해 볼수 있는 제도다.
장기적 제도장치로서 대학조교의 숫자를 대폭 확충하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 조교로서의 학사행정과 강사로서의 학문 연구를 동시에 수행함으로써 교수와 강사간의 일체감이 조성될 수 있다. 대학의 권위를 높이려면 교수의 권위가 확보되어야 하고 교수의 권위는 강사의 지위 개선과 맞물려 향상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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