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수단 사유화 사실상 인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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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하일·고르바초프」소련공산당 서기장은 지난달 29일 당 중앙위 전체회의에서 앞으로 농민 개개인에게 토지를 25년에서 30년, 심지어 50년까지 임대할 것을 제안함으로써 큰 충걱을 주었다.
「고르바초프」의 『농민은 자기땅이 아니면 결코 땀을 쏟지 않는다』는 말로 설명된 이같은 제안은 생산수단의 국유화(또는 집단화)를 기본원칙으로 하는 소련으로선 전례가 없는 것이다. 「고르바초프」의 이번 제안은 그의 개혁정책(페레스트로이카) 그중에서 경제개혁의 부진으로 인한 국민으로부터의 회의에 대한 대응책으로, 그 주된 의도는 농업부문에 사적 경제 인센티브를 부여함으로써 국민들에게 풍부한 농산물과 생활필수품을 제공, 그들이 배불리 먹고 넉넉히 쓰도록 한다는 것이다.
더우기 30년대「스탈린」에 의한 농촌집단화의 강행으로 치러진 그 엄청난 희생을 생각하면 사실상 집단화의 백지화를 뜻하는 이번 선언은 소련내부에 더 큰 파문을 줄 것이다.
소련의 낙후된 농업은 선진공업국을 지향하는 소련에 있어 아킬레스건이 되어왔다. 소련은 전통적으로 중화학공업에선 상당한 선진화를 이루었으나 경공업분야를 포함하여 컴퓨터·반도체·생명공학 등 하이테크 산업분야에선 서방 선진국에 비해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농업분야의 생산성 저하는 소련경제 전체에 극히 나쁜 영향을 주고 있다. 미국이 농업생산에 GNP의 5%를 투입하는데 비해, 소련은 30%를 집중하지만 생산성 면에선 미국의 7분의1에 불과하다.
이같은 현실에서 「고르바초프」는 소련사회를 개혁, 그것도 전면적으로 개조하지 않으면 오는 21세기에 소련은 2류 국가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는 위기감에서, 초강국 소련의 지위를 계속 유지하려고 이 페레스트로이카를 통해 노력하고 있다.
「고르바초프」가 취임한지 약 반년후인 85년11월 당대회에서 발표된「1986∼1990년 및 2000년까지의 소련 경제·사회발전의 기본방향」은 「고르바초프」경제개혁의 원대한 미래를 밝힌 마스터플랜이었다. 이 보고의 골자는 ▲과학기술과 생산성의 대폭향상 ▲기업의 자유재량권 확대와 책임 강화 ▲규율강화와 질서확립을 기본으로 하고있다.
소련의 농업경영형태에는 3가지 유형이 있어왔다. 즉 솝호즈(국영농장), 콜호즈(집단농장),그리고 개인사영지농업이 그것이다.
여기서 「고르바초프」가 택한 농업정책은 곧 농민개인의 이윤동기를 자극하여 생산성을 높이는 개인부차농업경영의 확대조치로 볼수 있다.
전체 경지면적 가운데 2·8%에 불과한 사영지에서 소련전체 감자 생산량의 59%, 계란 33%, 야채 31%, 육류 30%, 우유 29%를 커버, 농업의 사적경영의 우월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때문에 현재 소련정부는 농업관계 부서를 일원화하고 농업의 자립을 강조하면서 집단농장 작업팀의 노동자수를 줄여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일한만큼 임금을 받는 제도를 확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서방측 전문가들은 「고르바초프」가 10년전 중국이 택한 농업정책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은 78년 농업진흥을 위한 농업자유화정책을 채택, 생산책임제의 도입, 자유시장의 공인, 기업경영 및 가정부업의 장려 등을 통해 농민의 생산의욕을 높이고있다.
또 82년 신헌법으로 종전의 집단농장인 인민공사를 완전 해체하고 과거식 향·진 인민정부를 부활, 현재 국영농장은 전체의 4%에 불과하다.
중국의 예로봐서 「고르바초프」의 제안이 채택되면 비슷한 경로를 거칠 것이 예견되기 때문에 이같은 토지임대제가 결과적으로 토지의 사유를 인정, 사회주의가 가장 경계하는 생산수단(토지)의 일부계층에 의한 독점적 소유형태로 발전할지 모른다는 문제로 내부에서 격론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고르바초프」는 자신의 제안이 결코 사회주의 원칙과 모순되지 않으며 『이것은 사람을 앞장세우고 있으므로 가장 순수한 형태의 사회주의』라고 말하고 있으나 과연 그의 말대로 전개될지는 앞으로 두고 볼 일이다.<정우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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