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조창호 감독'피터팬의 공식' 온주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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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13일 개봉하는 영화 '피터팬의 공식' 시사회에서 조창호 감독은 "이 영화는 온주완의 영화"라고 했다. 시사회 특유의 과장어법을 감안하더라도 상찬이다.

[사진=김성룡 기자]

조 감독의 데뷔작인 '피터팬의 공식'은 19세 소년의 성장통을 그린 영화. 제목대로 '소년남성'에 대한 솔직한 탐구다. 온주완(24)은 홀어머니의 자살기도 이후 방황하는 고3 수영선수 '한수' 역을 맡았다. '발레교습소''태풍태양'에 이은 세 번째 출연작이자 첫 주연작이다. TV오락프로의 자신만만한 '몸짱' 게스트로 뜬 젊은 배우치고는 의외의 행보라 할 만한 저예산 작가주의 계열 영화다. 어쨌든 온주완은 이 영화로 베를린영화제까지 다녀왔다.

영화는 피아노 치는 이웃집 여자에 대한 동경, 모성 콤플렉스 등 사춘기 소년이 겪는 통과의례적 성적 환상을 적나라하게 그리고 있다. 옆집 여교사(김호정)의 도움으로 자위하는 장면 등 노출연기의 수위도 꽤 높은 편이다.

"모호한 감정선, 과도한 노출 등 부담스러운 장면이 많았지만 남자면 누구나 가지는 모태 회귀본능.거세공포증을 담고 있어 내 얘기라고 생각하며 연기했습니다."

그는 "조금만 삐끗하면 추하게 보일 수 있는 상황을 관객이 자연스레 받아들일 수 있도록 잔재주 부리지 않는 절제된 연기가 필요했다"며 "배울 것이 많을 것 같아 선택한 영화고, 어려운 여건에서 찍은 만큼 보람도 크다"고 스스로 평가한다.

중학교 때 수영선수였지만 수영 장면이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특히 9월 초 대역 없이 하루 하고도 4시간이 꼬박 걸린 바다 수영 장면 촬영 후에는 등에 파스 여덟 장을 붙이고 한동안 앓았다고.

상대역인 대선배 김호정으로부터 "진짜 배우냄새가 나는 것 같다"는 칭찬을 들어 행복했다는 그는 "김호정 누나 덕분에 배우는 그저 자기 몫만 챙기는 것이 아니라 상대 연기자의 감정까지 끌어내야 한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말한다.

27일에는 황정민.류승범과 함께한 '사생결단'이 개봉한다. "두 선배와의 공연은 천운이다. 돈을 내고라도 출연했어야 하는 작품"이라고 흥분하는 영화다. 이어 류승완 감독의 '짝패'에서는 류승완 감독의 어린 시절로 출연한다. 요즘은 곽재용 감독의 '무림여대생'을 위한 무술특훈 중이다. "의외로 다작"이라는 말에 "천만의 말씀"이라며 단호하게 말한다.

"좋은 배우 만나 그들의 장점을 빼앗아 오는 것이 지금 제 관심사입니다. 겹치기 출연은 사양이지만 한가하게 여유 부릴 짬도 없어요."

글=양성희 기자 <shyang@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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