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짱, 밀어치기도 '짱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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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승엽은 11일 히로시마전에서 밀어치기로 3타수 2안타 1득점을 기록, 시즌 타율을 0.389로 끌어올렸다. [중앙포토]

8일까지 이승엽(요미우리 자이언츠)의 타구는 줄곧 우익수 쪽으로 날아갔다. 아니 굴러갔다. 홈런 두 개 가운데 하나는 좌중간 펜스 너머로 날아갔고, 우익수 쪽으로 가는 타구의 대부분은 땅볼 안타였다. 시즌 첫 안타가 그랬고, 첫 타점을 올릴 때도 그랬다.

지난 주말, 이승엽은 자신이 '사부'로 모시는 김성근 지바 롯데 코치에게 전화를 걸었다. 팀은 달라졌지만 이승엽은 스스럼없이 안부를 묻고, 타격에 관해 조언을 받고 있다. "왼손을 너무 많이 쓴다. 그러면 타구를 잡아당기게 되고, 타구가 뜨지 않는다. 상대는 분명 그 습관을 노리고 올 거다." 김성근 코치의 주문에는 "밀어치라"는 내용이 없다. 그러나 그 주문을 새겨보면 타구를 잡아당기지 말고 밀어치라는 요구를 하고 있음을 금방 알게 된다.

9일 일요일 경기부터 이승엽이 밀어치기에 눈을 활짝 떴다. 그날 타구 다섯 개 가운데 네 개를 밀어쳤고 두 개가 안타였다. 나머지 한 개, 그 타구는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시즌 3호 홈런이었다.

11일 이승엽은 히로시마 카프를 만났다. 에이스 구로다가 마운드에 올랐다. 까다로운 상대였다. 이승엽은 2회 말 선두타자로 나서 구로다의 바깥쪽으로 휘어져 나가는 공을 가볍게 밀어쳤다. 타구는 3루수와 3루 베이스 옆을 통과해 좌익선상 쪽으로 흘러갔다. 이승엽은 수비시프트(타구를 예상해 위치를 극단적으로 이동하는 것)를 펼친 히로시마 수비를 비웃듯 2루까지 내달았다. 9일 경기의 흐름을 이어가는 4타석 연속안타였다.

4회 말 두 번째 타석에서 1사 3루의 찬스에 들어선 이승엽은 또 한 번 정확히 밀어쳤다. 타구는 잘 맞았으나 유격수 글러브 속으로 빨려들었다. 세 번째 타석은 7회 말. 0-0으로 팽팽한 균형을 이룬 무사 1루의 찬스에서 이승엽이 들어섰다. 이승엽은 초구를 정확히 밀어쳤다. 다이빙하는 유격수의 글러브를 지나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깨끗한 안타였다. 무사 1, 3루. 불이 붙은 요미우리 타선은 집중 6안타를 몰아쳐 7회 말에만 5점을 뽑았다. 요미우리의 5-0 승리. 이승엽은 8회 초 수비 때 교체됐다. 이날 3타수 2안타 1득점. 훌륭한 활약이었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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