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떨어져야 이익 나는 '풋 워런트증권'거래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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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주가가 떨어질 때 이익을 보는 '풋 워런트증권'(ELW)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어닝 시즌'에 들어섰지만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이 부진해 주가 하락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가하락을 예상하는 신규 투자자는 물론 기존 투자자들도 풋 워런트 투자를 늘리고 있다"며 "기존투자자 입장에선 주식은 한번 팔면 되살 시점을 고르기 힘들기 때문에 당장 주식을 파는 대신 풋 워런트로 손실을 줄이는 전략을 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렇게 수요가 몰리면서 신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거래량도 급증하고 있다. 현재 상장된 ELW 353개 종목 가운데 풋 종목은 50개에 불과하지만 11일 거래량의 35%, 거래대금의 25%를 차지했다.

최근 삼성물산과 삼성중공업.우리금융.LG필립스LCD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풋 워런트도 새로 상장했다. 그간 주종을 이뤘던 지수 대신 개별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한 풋 워런트가 11개로 늘어났다. .

현대증권 문주현 연구원은 "개별 종목 풋 워런트가 늘어나면서 주가 하락에 대비해 위험을 줄일 수 있게 됐다"며 "투자자 입장에선 더욱 선택의 폭이 넓어진 셈"이라고 말했다.

◆주가 떨어져야 이익=코스피 지수는 11일 전날보다 0.87% 떨어졌다. 또 삼성전자는 0.93% 떨어졌다. 주식 투자를 했다면 손해를 본 셈이다.

그러나 코스피200을 기초자산으로 한 풋 워런트인 '대우6002코스피200풋'은 오히려 20% 올랐다. 삼성전자를 기초자산으로 한 '우리6002삼성전자풋' 역시 10% 올랐다.

주가가 떨어졌는데 어떻게 수익이 날까. 옵션투자 원리와 같다. 옵션은 개별주식을 특정시점(만기일)에 미리 정한 가격(행사가격)에 사고(콜 옵션) 팔(풋 옵션) 수 있는 권리를 사고 파는 거래다. 풋 옵션을 사는 사람(매수자)은 나중에 개별 주식이 지금보다 떨어지면 팔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거꾸로 풋 옵션 매도자는 대신 매수자가 팔면 사야 하는 의무를 진다.

◆원금 손실 위험도 커=예컨대 행사가격 62만원인 삼성전자 풋 워런트를 증권사로부터 500원에 샀다고 가정하자. 만기일에 삼성전자 주가가 60만원이 됐다면, 증권사에 62만원에 주식을 사라고 요구할 수 있게 된다.

500원을 주고 산 권리를 행사해 1만9500원(2만원-500원)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셈이다. 주가가 62만원보다 더 높아지면 권리를 행사할 수 없어 투자금액을 모두 잃게 된다. 물론 만기 전에는 주식처럼 가격 등락에 따라 수익률이 정해진다.

삼성증권 안태강 연구원은 "ELW는 투자금 전액을 날릴 수 있다는 점에서 주식투자보다 더 위험한 상품"이라며 "자산 배분 차원에서 투자할 수 있지만 올인하는 건 곤란하다"고 말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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