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민아빠’ 김영오 “자식 잃은 부모는 조롱 당해도 되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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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유가족 '유민 아빠' 김영오 씨(왼쪽)과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오른쪽). 김춘식, 강정현 기자

세월호 참사 유가족 '유민 아빠' 김영오 씨(왼쪽)과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오른쪽). 김춘식, 강정현 기자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단식농성을 비난하는 여론에 자유한국당 측이 분노한 것과 관련해 세월호 유가족 '유민 아빠' 김영오씨가 "아직도 조롱당한 이유를 모르겠느냐"며 지적했다.

드루킹 특검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에 들어간 김 원내대표는 단식농성 8일째인 지난 10일 호흡곤란과 가슴 통증 호소로 응급실에 실려 갔다.

구급차에 실려 가는 김 원내대표의 모습을 두고 "의도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고, 이에 대해 장제원 한국당 수석대변인을 비롯한 한국당 측은 "부모님이 이런 위중한 상황인데도 이럴 겁니까?"라고 분노하며 김 원내대표를 향한 비난을 자제해 달라고 밝혔다.

이에 김씨는 11일 페이스북을 통해 "저도 억울하게 죽은 내 딸의 부모입니다"라는 제목의 글로 심경을 밝혔다.

그는 글에서 "자식 잃은 아버지가 왜 내 딸이 죽어야 했는지 알고 싶다고 단식하면 '감성팔이'고, 억울하게 죽은 자식과 부모는 조롱당해도 되는지…"라며 "드루킹은 정치적 싸움이지 억울한 일이 아닌데…드루킹 때문에 희생된 억울한 사람이라도 있는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힘없는 사람들이 마지막 수단으로 목숨 걸고 하는 단식을 정치적 싸움으로 이용해 부모를 운운하고 사람의 도리를 따지는 것은 감성팔이가 아닌지, 당신들의 조롱보다 더 힘들었던 것이 가슴을 후벼 파는 막말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건강했던 내 딸은 위험한 상황에서 구조될 수 있었음에도, 국가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구조를 흉내 내며 전원구조라는 오보 속에서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차가운 바다에서 목숨을 잃었다"며 "위중한 상황에 구급차를 탈 수 있었던 그 누군가가 부럽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우리 유가족은 내 자식을 구할 수만 있다면, 바닷물을 삼킬 수만 있다면 삼켜버리고 싶었다. 자식을 삼켜버린 바다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며 "부모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아신다면, 사람으로서는 할 수 없었던 만행을 저지르지 않으셨느냐"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지난 2014년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40일 넘게 단식했던 상황을 덧붙였다.

김씨는 "(저는) 지방과 단백질이 다 소진되어 갈비뼈가 장기를 찔러 배가 부어오르는 고통을 참아가며 아침 7시부터 밤 10시까지 아무리 아프고 힘들어도 눕지 않고 정자세로 앉아 찾아오는 시민들을 맞았다"며 "많은 국민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제1야당의 대표께서 투지와 의지를 갖고 단식에 임해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김 원내대표는 단식농성 9일째 건강 이상으로 단식농성을 중단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 '유민아빠' 김영오씨 페이스북 캡처

세월호 참사 유가족 '유민아빠' 김영오씨 페이스북 캡처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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