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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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아리랑은 무슨 연고인지 우리「민족의 노래」처럼 되었다. 한국사람들은 좋은 일이 있을 때나 궂은일이 있을 때면 흥얼흥얼 이 노래를 부른다.
남북한이 한때 올림픽 단일팀 협상을 하면서 양쪽을 상징하는 국가는 아리랑을 부르기로 합의했던 일도 있었다. 그야말로 이념을 초월하는, 우리민족 감정에 맞는 멜로디 같다.
아리랑의 유래는 여러설이 있다. 연대로 가장 가까운 주장으로는「아미일영」설. 모두 나라이름인데 「아」는 아라사, 러시아를 의미한다.
조선조 때 이들 강대국들이 우리 나라를 넘보자 백성들은 경계하는 뜻으로 『아미일영, 아미일영』했던 모양이다. 그것이 아리랑이 되었다는데 가사를 보면 견강부회 같기도 하다.
그보다는 아이농 (아이농) 설이 그럴듯 하다. 대원군이 경복궁을 지을때 팔도에서 원납전 (공사비)을 거두었다. 백성들은『제발 내 귀 좀 어두워져 그 원납전 얘기 좀 듣지 말았으면…』하는 소리가 높았다고 한다.
역시 대원군와 경복궁 공사시절, 부역 나온 인부들이 부모처자가 있는 고향을 생각하며 『아리랑, 아리랑』을 노래한 것이 바로 아리랑이 되었다고도 한다. 어쨌든 고통받는 민중의 가슴에서 우러나온 노래임엔 틀림없다.
일제시절, 만주벌판에서 일본과 싸우던 광복군들도 아리랑을 부르며 한을 풀었다는 얘기도 있다. 일제는 아예 아리랑의 곡을 애절한 가락에 젖게 바꾸어 놓고 나중엔 부르지 못하게 했다.
일설에는 신라의 박혁거세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주장도 있다. 박혁거세의 비 알영(알영)을 기리며 부른 노래가 아리랑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경주석굴암 근처 어영정 이라는 우물과 불국사 가까이 어영천 이라는 냇물 사이에 아리랑고개가 있다.
어떤 학자는 밀양에 아랑이라는 아리따운 아가씨가 살았는데 정조를 지키다가 억울한 죽음을 당해 그것을 애도하는 노래가 아리랑이 되었다고도 한다.
우리는 그 많은 주장들을 분별할 수 없다. 어느 주장이 옳든 하나같이 애틋한 마음, 정을 끊어버리지 못하는 끈끈한 우리 민족감정과 통하는 노래다.
바로 이 아리랑이 이번 서울올림픽의 시상식 입장 연주곡으로 선정됐다. 아리랑이 세계인의 멜러디가 될 날도 멀지 않았다. 어떻게 편곡이 될지 모르지만, 우리민족이 하나가 되는 순간임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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