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핵기술자 수천명 해외 이주시키라고 북한에 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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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북미 정상회담 사전 교섭 과정에서 북한에 핵 기술자의 해외 이주 및 핵 관련 데이터의 삭제를 요구하고 있다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10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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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는 북한 관련 소식통을 인용, 미국이 북한에 최대 수천명에 달하는 핵 개발 관련 기술자를 해외로 이주 시킬 것과 여섯 차례에 걸친 그 동안의 핵 실험, 영변 핵시설과 관련한 데이터를 모두 폐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연합뉴스]

북한은 미국의 데이터 폐기 요구에는 애매한 태도를 취하는 한편, 핵 기술자 해외 이주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고 이 소식통은 밝혔다.

핵 실험 관련 데이터 삭제도 요구..북한 난색 #미국과 북한, 핵 폐기 기간과 방법 두고 이견

미국은 또 생화학무기 등 모든 대량파괴무기(WMD) 폐기도 북한에 요구하고 있다. 장거리 탄도미사일과 동등한 능력을 가진 인공위성 탑재 우주 로켓의 발사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아사히는 북한이 이미 핵무기와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폐기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폐기의 ‘기간’과 ‘방법’에 대해서는 북·미 간 이견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를 수 개월에서 2년 내의 단기간에 실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북한은 비교적 장기간에 걸친 단계적 폐기를 내세우고 있다.

핵 폐기에 따른 보상 시점에 관해서도 미국은 모든 조치가 완료된 후로 상정하고 있지만, 북한은 단계적인 조치에 따른 단계적 보상을 노리고 있다.

미국이 요구하는 핵 관련 데이터 삭제와 기술자 이주 요구는 ‘방법’의 문제다.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폐기하더라도 데이터와 기술이 남아 있을 경우 장래에 핵 개발을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7~8일 중국을 다시 방문한 것은 중국과 연대해 이런 미국의 강경한 태도를 바꾸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아사히는 분석했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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