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드사진 유출 홍대모델, 충격에 이 땅 떠나고 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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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학교 미대 회화과 누드크로키 수업 도중 찍힌 것으로 추정되는 남성 모델이 “이 땅을 떠나고 싶다”며 심경을 토로했다.

홍대미대 모델

홍대미대 모델

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는 하영은 누드모델협회 회장이 출연해  “(남성 누드모델 피해자 A 씨와) 연락을 계속하고 있다”며 A씨의 현재 상태를 전했다.

이날 방송에서 하영은 회장은 “(A 씨가) 며칠 동안 밥을 못 먹고 잠도 못 자고 계속 울었다고 하더라”면서 “가장 걱정하는 건 자기가 모델 일하는 걸 부모나 친척이나 지인들이 다 모른다는 것이다. 이런 심각한 일이 벌어져서 알게 된다면 더 상처가 크시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하 회장은 “(해당 남성 모델이)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는데, 아르바이트 차원으로 모델을 했는데 이렇게 알려져서 더 충격을 받은 것 같다”며 “‘나(피해 모델)에게 너무 잔인하다. 이 땅을 떠나고 싶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 사람(가해자)이 (A 씨가) 사회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해 놨지 않느냐. 너무 안타깝다. 지금 아무 일도 못 하고 있다”면서 “그래서 제가 그러지(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말라고 지금 계속 조언을 해 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하 회장은 학교 측의 대응 과정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학교 측의 대응이) 굉장히 잘못했다고 생각한다. 지금 저한테 제보했던 학생들도 협회에서 좀 도와줘라, 학교에서는 너무 쉬쉬하려는 것 같고 대응 방법이 너무 허술하다 보니까 안타까워서 연락드렸다고 저한테 연락을 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라면 (사건) 첫날 학생들 전체 동의를 얻어서 바로 경찰에 맡겼을 것”이라며 “그런데 이거를 학생들 자백으로만 뭐든지 해결하려고 하다 보니까 일이 어렵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끝으로 “가해자가 당연히 처벌받아야 한다”며 “처벌이 안 된다면 이런 일들이 계속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수업 자체에 마음 편하게 모델들을 보낼 수가 없고, 일할 수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지난 1일 홍익대 미술대학 회화과 누드 크로키 전공 수업 도중 남성 누드모델의 나체 사진이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유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남성 혐오와 여성 우월주의를 주장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워마드’에 ‘미술 수업 남 누드모델조신하지 못하네요’라는 제목으로 남성 누드모델의 나체가 고스란히 찍힌 사진과 함께 ‘누워 있는 꼴이 말세다’ 등 모델을 성적으로 조롱하는 내용의 게시물이 올라온 것이다. 해당 게시물은 2일 페이스북 익명 게시판인 ‘홍익대 대나무숲’을 통해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었고 3일 오전 삭제됐다.

3일에는 홍익대 교수진과 학생대표가 긴급대책회의를 열었고, 해당 수업을 수강하는 학생들을 소집해 자백을 유도했지만 유포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학교 차원에서만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홍익대는 경찰에 수사 의뢰를 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사진이 유출된 인터넷 커뮤니티 기록과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강의실 현장 조사를 진행하며 사진 유포자를 찾고 있다. 유포자가 받는 혐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죄)이다.

홍익대는 향후 누드모델에게 휴게 공간을 제공하고 모든 누드 수업에서 학생 휴대전화를 회수하는 등 사전 교육을 강화하기로 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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