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사흘째 김성태, "굶으면 죽는다"던 YS회고록 읽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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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4일 국회 본관 앞에서 이틀째 단식투쟁을 하고 있다. 민주화투쟁을 위한 23일간의 단식 이후 "굶으면 죽는다"는 말을 남긴 김영삼 전 대통령의 회고록이 옆에 놓여 있다. [김성태 원내대표 페이스북]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4일 국회 본관 앞에서 이틀째 단식투쟁을 하고 있다. 민주화투쟁을 위한 23일간의 단식 이후 "굶으면 죽는다"는 말을 남긴 김영삼 전 대통령의 회고록이 옆에 놓여 있다. [김성태 원내대표 페이스북]

'드루킹 특검 관철'을 요구하며 무기한 노숙 단식에 들어간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회고록을 다시 읽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전두환 정권 당시 23일의 단식 투쟁으로 민주화 세력을 결집했고,“굶으면 죽는다"는 명언 아닌 명언도 남겼다. 김 원내대표가 그의 회고록을 선택한 이유도 그런 맥락에서였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4일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이틀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4일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이틀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4일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서 김 전 대통령의 말을 인용해 단식투쟁 의지를 다졌다. 김 원내대표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굶으면 죽는다고 했다. 그 대신 굶으면 반드시 진실은 밝혀진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눈에는 하찮은 가시 정도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저희들은 꿈틀거리고 있다. 반드시 저항하겠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의 단식은 5일로 사흘째다.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돗자리 위에는 책 5권이 놓여 있다. '정의란 무엇인가' '헌법·국회관계법' '보수정치는 어떻게 살아남았나?' '김영삼 회고록1' '김영삼 회고록2' 등이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단식투쟁 돗자리 위에 놓인 책. 김경희 기자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단식투쟁 돗자리 위에 놓인 책. 김경희 기자

고 김영삼 전 대통령(YS)의 회고록은 고인이 단식투쟁의 역사에서 빠질 수 없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그가 1983년 5월 18일부터 6월 9일까지 총 23일에 걸쳐 한 단식은 민주화 운동사에서도 대표적인 투쟁으로 기록돼 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3주년을 맞아 전두환 정권에 '언론통제 해제·정치범 석방·해직 인사 복직·정치활동규제 해제·대통령 직선제' 등 민주화 5개 항을 요구하기 위한 것이었다.

'김영삼 회고록2'에서 김 전 대통령은 "나의 단식은 앞으로 우리가 전개해야 할 민주화 투쟁은 생명을 건 투쟁이어야 하며, 생명을 건 투쟁만이 민주화를 성취할 수 있다는 것을 국민 여러분께 알리면서 나의 투쟁결의를 굳건히 다지기 위한 것"이라고 적었다.

김영삼 회고록. 정용환 기자

김영삼 회고록. 정용환 기자

김 전 대통령의 당시 단식투쟁은 1980년대 우리나라 민주화 투쟁의 새로운 도화선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익환 목사 등 재야의 여러 지도자들은 동조 단식을 통해 반독재투쟁 의지를 다시 다졌다. 민주화추진협의회 역시 이를 계기로 꾸려졌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4일 기자와 만나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회고록을 보며 단식투쟁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며 "그 결기를 본받아 국회 정상화 성과를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는 "투쟁이 없으면 인생이 없고, 자유가 없으며 나 또한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회고록의 내용 일부를 올리기도 했다.

김영삼 전신민당총재가 83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 3주년을 맞아 정권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23일간 단식투쟁중 친인들이 문병을 온 모습. [중앙포토]

김영삼 전신민당총재가 83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 3주년을 맞아 정권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23일간 단식투쟁중 친인들이 문병을 온 모습. [중앙포토]

그러나 드루킹 특검에 대한 여야의 입장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지난 4일 오후 정세균 국회의장이 주재한 교섭단체 원내대표 긴급 회동 이후 김 원내대표는 "아직까지 진전은 없었다"며 "민주당과 청와대가 조속한 판단을 하지 않는다면 특단의 발표를 하겠다"고 말했다. 당 관계자는 "단식보다 더 강력한 투쟁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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