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특검 관철'을 요구하며 무기한 노숙 단식에 들어간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회고록을 다시 읽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전두환 정권 당시 23일의 단식 투쟁으로 민주화 세력을 결집했고,“굶으면 죽는다"는 명언 아닌 명언도 남겼다. 김 원내대표가 그의 회고록을 선택한 이유도 그런 맥락에서였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4일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서 김 전 대통령의 말을 인용해 단식투쟁 의지를 다졌다. 김 원내대표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굶으면 죽는다고 했다. 그 대신 굶으면 반드시 진실은 밝혀진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눈에는 하찮은 가시 정도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저희들은 꿈틀거리고 있다. 반드시 저항하겠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의 단식은 5일로 사흘째다.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돗자리 위에는 책 5권이 놓여 있다. '정의란 무엇인가' '헌법·국회관계법' '보수정치는 어떻게 살아남았나?' '김영삼 회고록1' '김영삼 회고록2' 등이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YS)의 회고록은 고인이 단식투쟁의 역사에서 빠질 수 없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그가 1983년 5월 18일부터 6월 9일까지 총 23일에 걸쳐 한 단식은 민주화 운동사에서도 대표적인 투쟁으로 기록돼 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3주년을 맞아 전두환 정권에 '언론통제 해제·정치범 석방·해직 인사 복직·정치활동규제 해제·대통령 직선제' 등 민주화 5개 항을 요구하기 위한 것이었다.
'김영삼 회고록2'에서 김 전 대통령은 "나의 단식은 앞으로 우리가 전개해야 할 민주화 투쟁은 생명을 건 투쟁이어야 하며, 생명을 건 투쟁만이 민주화를 성취할 수 있다는 것을 국민 여러분께 알리면서 나의 투쟁결의를 굳건히 다지기 위한 것"이라고 적었다.
김 전 대통령의 당시 단식투쟁은 1980년대 우리나라 민주화 투쟁의 새로운 도화선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익환 목사 등 재야의 여러 지도자들은 동조 단식을 통해 반독재투쟁 의지를 다시 다졌다. 민주화추진협의회 역시 이를 계기로 꾸려졌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4일 기자와 만나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회고록을 보며 단식투쟁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며 "그 결기를 본받아 국회 정상화 성과를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는 "투쟁이 없으면 인생이 없고, 자유가 없으며 나 또한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회고록의 내용 일부를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드루킹 특검에 대한 여야의 입장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지난 4일 오후 정세균 국회의장이 주재한 교섭단체 원내대표 긴급 회동 이후 김 원내대표는 "아직까지 진전은 없었다"며 "민주당과 청와대가 조속한 판단을 하지 않는다면 특단의 발표를 하겠다"고 말했다. 당 관계자는 "단식보다 더 강력한 투쟁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