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점 '패션 경쟁' 뜨겁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할인점들이 옷 장사에 팔을 걷었다. 자체 상표를 붙여 판매하는 PB(Private Brand.할인점 자체브랜드) 방식의 의류사업에서 벗어나 이제는 아예 유명 브랜드를 매장 안으로 끌어 들이고 있다.

할인점중 의류 매장 유치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곳은 신세계 이마트다. 백화점의 의류 편집매장처럼 리바이스.루츠캐나다 등 11개 유명 브랜드 제품을 한 자리에 모았다. 또 PB를 포함해 입점 브랜드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지난해 9월 '패션디자인실'을 따로 만들었다. 지난달엔 10대 캐주얼 의류 에어워크, 여성 캐주얼 볼 등 5개 브랜드를 새로 들여왔다. 삼성테스코 홈플러스는 직접 의류를 만든다. 지난달 출시한 '프리선샛'은 PB지만 홈플러스가 상품 기획부터 디자인.제작.판매까지 한 캐주얼 브랜드다. 전문 디자이너와 바이어 등 20명을 새로 뽑아 브랜드 관리를 맡겼다. 롯데마트는 2월 기존 의류 PB를 새롭게 단장한 'BASICiCON(베이직아이콘)'을 내놨다. 일부 소비자층만을 타깃으로 삼았던 기존제품과는 달리 온 가족이 입을 수 있도록 다양한 의류를 선보였다.

할인점이 의류사업을 확대하는 것은 할인점과 중소 패션업체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라고 업계는 분석한다. 할인점 입장에선 의류만큼 남는 장사가 없다. 보통 식음료의 경우 마진율이 8% 정도에 그치지만 의류는 이 보다 낫다. 또 사업전망이 불투명한 브랜드는 직매입을 하지 않고 백화점처럼 매장 임대를 통해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할인점은 안정적으로 돈을 벌수 있다. 한 할인점 관계자는 "직매입을 통해 이익을 남기든, 매장 임대를 통해 수수료를 받든 식음료 부문의 마진을 훨씬 웃돈다"고 말했다.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 패션업체는 전국 주요 상권에 자리를 잡은 할인점 유통망(지난달 기준 304개)에 매력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지방 중소도시까지 일일이 상권을 찾아 대리점을 내는 것이 힘들고 위험 부담도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남성복 브랜드의 할인점 출점이 활발하다. 아르페지오.타운젠트.빌트모아.TNGT 등 기존 유명 남성복 브랜드가 이마트 등에 이미 둥지를 틀었고 코오롱은 할인점 판매 브랜드인 지오투, 캠브리지멤버스의 슈트하우스를 내놨다.

홈플러스 손진기 의류팀장은 "최근엔 주부는 물론 중저가 정장을 사기 위해 매장을 찾는 30~40대 남성도 꽤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입점을 문의하는 브랜드가 몰려 이를 다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이 회사 패션 담당 박은장 상무는 "현재 10%정도인 의류 부문의 매출 비중이 앞으로 3년 안에 15%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삼성패션연구소에 따르면 2001년 국내 의류 시장에서 7%를 차지했던 할인점 판매 비중은 지난해 15%로 증가했고 올해는 17%에 이를 전망이다.

김필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