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학력 노인일수록 검진 덜 받는다…독감 접종은 학력 차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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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서 열린 어버이날 행사에서 노인들이 혈압 체크를 받고 있다. [뉴스1]

대전에서 열린 어버이날 행사에서 노인들이 혈압 체크를 받고 있다. [뉴스1]

저학력 노인일수록 예방 차원의 각종 검진을 덜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독감(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은 학력에 따른 차이가 거의 없었다. 이홍수 이대목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은 4일 이러한 내용의 논문을 공개했다. 2012~201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65세 이상 노인 4228명을 분석한 결과다.

구강검진, 초졸과 비교해 대졸 수검률 4.4배 #외국도 학력에 따른 '검진 불평등' 경향 비슷 #"저학력 노인을 위한 검진 필요성 교육 필요"

연구팀은 노인의 교육 수준(초졸 이하, 중졸, 고졸, 대졸 이상)과 예방적 건강 행위의 연관성을 살펴봤다. 예방적 건강 행위는 최근 1~2년 새 독감 접종과 건강검진ㆍ암 검진ㆍ구강검진 등을 받았는지로 판단했다. 그 결과 독감 접종률은 교육 수준과 관계없이 모두 75%를 넘겼다. 학력에 따른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이는 전체 노인 대상 무료 접종과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에 따른 감염병 관심 증가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건강검진ㆍ암 검진ㆍ구강검진을 받는 비율은 학력에 따른 차이가 뚜렷했다. 초졸ㆍ중졸보다는 고졸ㆍ대졸 고학력 군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일반 건강검진 수검률은 초졸 이하와 비교했을 때 고졸이 1.6배, 대졸 이상은 1.4배 높았다. 암 검진도 초졸 이하와 비교하면 고졸은 1.7배, 대졸은 1.5배 높았다. 특히 구강검진은 교육 수준과 가장 큰 연관성을 보였다. 초졸 이하 수검률과 비교했을 때 중졸 2.2배, 고졸 2.5배였고 대졸 이상은 4.4배로 크게 뛰었다.

이러한 경향은 외국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미국 연구에 따르면 미국 내 저학력 흑인 노인들은 백인 노인에 비해 독감 접종이나 구강 검진받는 비율이 낮았다. 또한 흑인ㆍ히스패닉 노인들은 교육 수준이 낮을수록 유방 촬영술과 구강검진 수검률이 낮았다. 멕시코에서도 저학력 노인의 구강 건강이 더 좋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이 교수는 "교육 수준이 낮을수록 지식 부족,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예방적 건강 행위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교육 불평등에 따른 건강 불평등 차이를 줄이려면 저학력 노인에게 예방적 건강 행위의 필요성을 교육하고, 무료 국가 검진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대한가정의학회지’ 최근호에 실렸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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