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학교급식서 '정크 푸드' 퇴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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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날로 심각해져 가는 학생 비만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 의회가 팔을 걷고 나섰다. 미 상원 농업.영양.임업위원회는 각급 학교에서 청량음료.초콜릿바.감자칩.도넛.햄버거를 비롯한 이른바 '정크 푸드'를 퇴출시키는 법안을 마련했다고 AP통신이 7일 보도했다.

초.중.고교 급식에서 단백질과 비타민 등 필수 영양소 함량만 따졌던 기존의 '학교 급식법(National School Lunch Law)'을 대폭 개정해 비만이나 성인병을 유발하는 식품을 메뉴에서 아예 빼도록 하는 게 골자다. 이 개정안은 현재 공화.민주 양당이 지지하고 있어 이른 시일 안에 확정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에서는 최근 학교 영양 개선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커져 지난해에만 관련 법안이 40개 주에서 200여 개나 나왔다. 하지만 학교 급식에서 정크 푸드를 퇴출하는 강력한 법안이 연방 차원에서 추진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정크 푸드 대신 건강식품 제공 의무화=개정안이 확정되면 농무부는 연방 학교 급식에 과일과 채소, 정제하지 않은 곡물을 더 많이 제공하고 칼로리.지방.설탕.소금을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한 '급식 영양 가이드라인'을 새로 마련해야 한다. 이 가이드라인을 학교에 의무 적용할 경우 급식 메뉴에서 정크 푸드가 사라지게 된다. 개정안 마련을 주도한 톰 하킨(민주당.오하이오) 상원의원은 "정크 푸드를 학교 안에서 파는 것을 법적으로 통제할 수는 없지만 정부 지원금을 받는 급식 메뉴에서 이를 추방 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미 행정부는 공립이나 비영리 사립학교에서 무료나 할인 가격으로 학생들에게 아침과 점심 식사를 제공할 경우 보조금을 주는 '연방 학교 급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보조금을 포기하면서까지 영양 가이드라인을 거부할 학교는 거의 없을 전망이다.

◆ 비만 학생 갈수록 늘어=이와 관련, 미 연방 질병예방통제센터는 초.중.고교 학생 가운데 비만과 과체중 비율이 남학생이 18%, 여학생이 16%에 이른다고 밝혔다.

4년 전에는 남녀 모두 14%였다. 전문가들은 "학교 급식 메뉴에서 다양한 영양분을 지닌 전통 음식이 밀려나고 대신 지방과 당분이 많이 든 고칼로리 '정크 푸드'가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이 학생 비만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다만 이 가이드라인은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는 학교 매점이나 자판기에는 적용되지 않아 맹점으로 지적된다. 미 정부 통계에 따르면 미국 학교의 90%에서 사탕.청량음료.스낵 등이 팔리고 있다.

공공단체인 공익과학센터의 영양정책 담당 국장인 마고 우탄은 "매점이나 자판기에서 계속 정크 푸드를 팔 경우 학생들은 영양이 고루 든 급식을 멀리하고 대신 고칼로리의 스낵이나 청량음료를 사먹을 가능성이 크다"며 우려했다.

◆ 영국은 학교 자판기에서도 정크 푸드 금지=한편 영국은 올 9월부터 모든 학교에서 지방 함량이 많은 육가공 식품과 설탕.소금이 많이 든 식품 등 정크 푸드가 추방되며 심지어 매점과 자판기에서도 탄산음료.껌.스낵이 모두 퇴출된다. 대신 곡물빵이나 요구르트, 말린 과일 등 전통.건강 식품만 팔 수 있게 된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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